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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놀이터

[詩] 9월은 9월은 돌담/이석도 9월은 몸 푸는 달인가 보다. 70여 년 전, 울 아버지께서 빨간 고추와 까만 숯들을 듬성듬성 꽂은 새끼줄을 삼칠일 동안이나 삽짝에 쳐 놓았던 달이 9월이고 10여 년 전 내가 한 산부인과의 병실에서 강보에 싸인 갓난 손자 품에 안고선 세상 행복 다 가진 듯했던 달이 9월인 데다 손 닿는 게 싫어 온몸을 가시로 감쌌던 밤송이조차 제 몸 갈라 알밤들을 쑥쑥 내놓는 걸 보면 9월은 분명 몸 푸는 달이다. 용 아홉 마리 산다는 저 멀리 보이는 구룡산이 벌써 울긋불긋 꾸미는 걸 보면 올 9월에는 더 좋은 걸 풀 모양이니 아마도 壬寅年 9월의 선물은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일상 회복 그리고 건강과 행복일 거야. (2022. 9. 3.) 더보기
[詩] 살다 보면 살다 보면 돌담/이석도 살다 보면 서럽고 힘든 날들 달빛처럼 스며들지만 그럴 때마다 사랑받던 아이 떠올리며 중얼거린다. 살다 보면 속상하고 피눈물 흘리는 날들 소낙비 되어 적시지만 그럴 때마다 “아빠!” 소리 떠올리며 중얼거린다. 살다 보면 영영 눈 뜨기 싫은 날들 온갖 빙의 되어 홀리지만 그때마다 손주 재롱 떠올리며 중얼거린다. “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합니다.” 자기 최면에 파랑새 된다. (2022. 7. 31.) 더보기
[ 詩] 뿐이다 뿐이다 돌담/이석도 내게 올 내일 몇 개인지 알 수 없기에 아침마다 맞는 새날 하나하나 감사할 뿐입니다. 내게 남은 내일 생각보다 훨씬 적을 수 있기에 어제에겐 내일이었던 오늘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행여 내일이 아니 올지라도 후회 한 점 남지 않도록 오늘 사랑 또 사랑할 뿐입니다. 나는 나에게도 내일이 소원만큼 이어지길 두 손 모아 기도할 뿐입니다. (2022. 7. 23.) 더보기
[詩] 지고지순 지고지순 돌담/이석도 라운딩 한창인데 핸드폰이 울어댔다. 고향에 홀로 계신 어머니였다. “어무이. 우짠 일인교?” “우째 지내노 싶어 전화했다. 야야, 공일인데 머 하노?” “일요일이라 공 치러 산에 왔심더. 어무이도 잘 계시지예?” “내사 잘 있다만 우얄라꼬 이 뜨거븐 날 쉬지도 몬하고…, 꼭 쳐야 대마 놉이라도 해서 안 하고…” “··········” “와? 놉 살 돈 엄나? 여기 전답이라도 좀 팔아 보내까?” “엄마! ·······” 말을 잇지 못하는 아들 코앞엔 엄마 젖내 아른거리고 있었다. (2022. 7. 14.) ☞지고지순(至高至純) : 더할 수 없이 높고 순수함 ☞놉 : 품팔이 일꾼 더보기
[詩] 어떤 선문답 어떤 선문답 돌담/이석도 클로버 풀밭을 헤집으며 손자는 묻고 할아버지는 답한다. “할아버지···” “으응, 왜?” “행운과 행복, 뭐가 달라요?” “행운은 발도 있고 날개도 있지만 행복은 날개도 없고 다리도 없단다.” “그리고요?” “행운은 제 마음대로 가고 싶은 사람한테만 가는데 행복은 꼼짝 않고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대요.”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나요?” “행운은 정직하고 모든 일에 열심인 사람은 찾아다니지만 게으른 사람과 꾀부리는 사람들은 피해 다닌다지? 아마···” “그럼, 행복은요?”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데, 보호색으로 몸을 숨기고 있어서 파랑새만 찾아다니는 사람들 눈엔 잘 보이지 않지만 감사할 줄 아는 사람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아주 쉽게 찾아 가질 수 있단다." (2022. 7... 더보기
[詩] 봄 봄 돌담/이석도 밤새 봄비 다녀간 공원 겨우내 움츠렸던 명자나무 활짝 필 날 기다리느라 지쳤다며 꽃망울마다 눈물 글썽인다. 연못 속 꼬물꼬물 올챙이 하루속히 네 다리 나와 폴짝폴짝 물 밖에서 뛰어놀고 싶다며 떼 지어 시위를 하고 할멈 품에 안긴 외손녀는 발레리나 꿈 이뤄 할머니 앞에서 공연하는 날 어서 빨리 오면 좋겠다며 활짝 웃는다. 아! 나는 늘 세월이 너무 빠르다고 불평인데··· 마음 내려놓기 딱 좋은 계절이다. (2022. 3. 26.) 더보기
[詩] 봄 봄 돌담/ 이석도 입춘 지났으니 봄인데 올봄에는 마주 앉은 님 볼 수 있을까요? 올봄에는 님과 손잡고 걸으며 흐드러진 양재천 벚꽃 볼 수 있을까요? 올봄에는 나라님다운 나라님 볼 수 있을까요? see 봄 봄인데··· (2022. 3. 1.) 더보기
[詩] 소망 소망 돌담/이석도 봄에는 연분홍 벚꽃 건너가고 가을 올 땐 오색 단풍이 건너오는 양재천 징검다리 올겨울엔 누가 건널까? 하하 호호 노 마스크 함박웃음들 어깨동무하고 오갔으면… (2021. 11. 16.)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