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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놀이터

[詩] 꽃 피는 마음 꽃 피는 마음 돌담 이석도 초리마다 매달려 살짝 실눈 뜬 채 몸 흔들며 터뜨릴 때 기다리는 철쭉 꽃망울들 꼭 그때 그 어린이들 닮았다. 한 갑자 전 높고 파란 가을하늘 만국기 펄럭이는 청도 매전국민학교 넓은 운동장 가로지른 하얀 줄 사이사이 폴짝폴짝 출발선에서 긴장 털어내는 아이들의 엄마 아부지 앞에서 일등 달려 공책 받는 상상과 총소리 기다리는 설렘까지 닮았다. (2023. 4. 3.) 더보기
[詩] 청계산 재담 청계산 재담 돌담 이석도 청계산 자락 가로수 하늘을 찌르는 소나무 한 그루 산길 오가는 등산객들 그 나무 가슴에 달려 있는 이름표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성씨를 ‘리’로 쓴 걸 보니 북에서 왔구나. 이수봉처럼 ‘이’로 쓰면 백전백승일 텐데··· 그런데 용도는 왜 조림용이라고만 되어있지? 푹 끓이는 탕이나 국거리로도 억세겠구만··· 맞아, 얘는 지가 굽던 지가 굽히던 구이가 딱이지. 살랑살랑 봄바람 리기다소나무 머리 쓰다듬다 갑자기 윙윙 껄껄껄 윙윙 껄껄껄 소리 내어 웃는다. (2023. 4. 1.) ☞ 이수봉 : 청계산 봉우리 중 하나의 이름 더보기
[詩] 큰개별꽃 큰개별꽃 돌담 이석도 청계산 여기저기 하얀 별 반짝반짝 해 뜰 무렵 하늘에서 내려와 잠들었다가 인기척에 눈을 떴대요. 쌕쌕거리는 등산객에 힘내라 응원하며 방긋방긋 이따 해 지면 하늘 올라가 제 참모습 보여준다고 밤하늘 보래요. (2023. 3. 30.) ☞큰개별꽃 꽃말 : 은하수 개별꽃에 얽힌 설화 중국 명나라 때의 명의 이시진은 평생 동안 약초를 연구하여 이라는 의학책을 펴냈다. 은 중국에서 나는 약초, 약동물, 약광물 등의 효능과 성분 등을 집대성한 책으로 그 내용이 매우 자세하고 친절하여 후세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이시진이 원고를 들고 남경(南京)에 있는 친구의 집으로 가다가 날이 저물어 한 자그마한 주막에서 묵게 되었다. 잠을 자려는데 안에서 아낙네의 신음소리가 들리므로 주인을 불러 누가.. 더보기
[詩] 참꽃 참꽃 돌담 이석도 진달래보다 참꽃이 흔했던 시절 해마다 이맘때면 山 다녀오시는 아부지의 나뭇단엔 늘 연분홍 나비 한 묶음 나풀거렸는데 참꽃보다 진달래가 흔해진 세상 우면산 내려가는 할배 배낭엔 연분홍 나비들 나풀나풀 손주 사랑 애틋하다. (2023. 3. 28.) ☞ 참꽃 = 진달래 꽃말 : 애틋한 사랑, 사랑의 기쁨 *애틋하다 : 정답고 알뜰한 맛이 있다. 더보기
[詩] 인생 인생 돌담 이석도 크게 눈 한 번 껌뻑했을 뿐인데 갓난아기는 백발성성한 할아버지 되어 있고 까꿍! 까꿍! 그 아기 어르던 사람들 어디론가 꼭꼭 모두 숨어버렸다. (2023. 3. 21.) 더보기
[詩] 처음 가는 길 처음 가는 길 돌담 이석도 첫걸음부터 처음 가는 길 칠십 리를 달려왔더니 저만치 이삼십 리 뒤쳐져 따라오던 마음이 좀 천천히 걸으라며 투덜거린다. 때로는 비포장 때로는 꼬불꼬불 오르락내리락 칠십 리 길 걸을 때는 잡념조차 아니 들더구만 남은 길은 포장도로 기껏해야 십 리 이십 리 멀어야 삼십 리가 종착지인데 불쑥불쑥 두려움들이 찾아든다. 동전파스 놀이터 되어 버린 무릎이 길 한가운데 주저앉힐까 봐 맥박이 빨라지고 점점 짙어지는 안갯속 등불을 맴돌다 팔다리 하나 둘 잘리는 악몽에 시달리는 밤이면 내 안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아서라. 너의 두려움은 칠십앓이일 뿐 좀 더 가면 어떡하고 좀 덜 간들 어떡하리 이젠 걸음 멈추는 곳이 종점인 것을··· 마음이랑 어깨동무하고 걸으란다. 외로움도 두려움도 즐.. 더보기
[詩] 자작나무 숲에서 자작나무 숲에서 돌담 이석도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에 펼쳐 놓은 하얀 도화지에 은빛 세로줄 쭉쭉 나는 뭉게꿈 그린다. 소쩍소쩍 소쩍새 살아 우는 소리로 제 이름 얻었는데 자작자작 자작 죽어 껍질 불타는 소리를 제 이름 삼았다는 자작나무를 보면서 닮고 싶다는… 허구한 날 자작자작 썼다 지우고 썼다 지우고 썼다가 지우길 반복하는 수준이지만 자작나무처럼 나도 손자의 손자들이 흥얼거리며 다녀도 괜찮을 자작시 하나 남기는 꿈을 그린다. (2023. 1. 18.) 더보기
[詩] 잔설 잔설殘雪 돌담/이석도 한겨울 햇살이 따사로운 공원 응달 곳곳에 몸져누운 하얀 눈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들었던 추억 사람 되어 아이들과 뒹굴던 추억 뒤로한 채 제 몸 허물고 있다. 요양병원도 양로원도 가지 않고 한 줌씩 땅속으로 스며드는 자신이 좋다며 머잖아 언 땅 뚫고 돋아날 태아들에 자양분 되는 자신이 너무너무 좋다면서··· (2023. 1. 15.)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