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詩 놀이터

[詩] 자위 자위(自慰) 돌담/이석도 벌써 70줄에 든다고 세월을 탓하지 말자 이곳저곳 온몸 삐걱거린다고 서러워하지도 말자 늙지 않고 아무 아픔도 없이 진주 품은 조개 있던가? (2023. 1. 1.) ☞ 자위(自慰) : 자기 마음을 스스로 위로함 더보기
[詩] 양력 섣달그믐에 양력 섣달그믐에 돌담 이석도 친구야 또 한 해가 가네··· 세월 너무 빠르다. 그치? 소달구지 타고 놀던 코흘리개 시절에는 늘 우리 뒤를 따라다녔던 그들 학창 시절 동안 어깨동무 친구가 되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었건만 직장생활 내내 우리는 그들에 뒤쳐질세라 단거리 선수처럼 뛰어야 했고 부모 된 후론 먹힐까 두려워 죽을힘까지 다해 달렸잖아 친구야!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가랑이 찢어진다 하지 않던가. 새해부터 우리 마음 돌리자 보고 싶은 것 다 보고 하고 싶은 짓 다 하면서 쉬엄쉬엄 뒷짐 지고 걷자꾸나 세월··· 그들에겐 바쁘면 KTX로 먼저 가라 하고 우리는 예전처럼 달구지 타고 가세. (2022. 12. 31.) 더보기
[詩] 건·배·사 건·배·사 돌담/이석도 친구야, 우리가 남이가! 男男으로 만난 탓에 연리지는 되지 못했지만 반세기가 넘도록 우리 몸 마음 부딪으며 지낸 덕에 내 아픔이 너의 아픔 되고 너의 기쁨이 내 기쁨 되는 멋진 우정 쌓였잖니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영영 헤어지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 건-강하게 지내면서 배-려하는 마음으로 사-랑하며 살아가세. (2022. 12. 18.) ☞ 연리지(連理枝):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맞닿아서 결이 통한 것으로 화목한 부부나 남녀 사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더보기
[詩] 한겨울의 단상 한겨울의 단상 돌담 이석도 수은주 혈관 속 핏물은 여전히 그 시절처럼 곤두박질치는데도 가뭇없이 사라진 게 한둘 아니다. 초가 처마에 주렁주렁 고드름 열린 날 엄마가 끓여 놓은 따뜻한 물로 후다닥 고양이 세수 마치곤 방으로 뛰어들 때 쩍쩍 손가락 붙던 문고리 거북 등처럼 튼 손등 뜨끈뜨끈한 쇠죽솥 물에 넣어 담그곤 삶겨 미끌미끌해진 여물로 박박 문질러야 했던 고사리손들 한 숨 한 숨 내쉬는 숨결마다 하얗게 피는 입김보다 훈훈하였던 이웃들과의 情들··· 겨울이 되면 이들은 내 가슴에 숨어들어 겨우내 잠만 잔다. (2022. 12. 16.) 더보기
[詩] 만추의 남산 만추의 남산 돌담/이석도 임인년 11월 한 일요일 갑오생 지공선사 여남은 명 남산에 오르자 하늘은 파랗게 커튼을 걷고 철갑 두른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반갑게 맞을 적에 만산홍엽은 제 몸까지 풀어 흩뿌리며 가을 피날레 장식했다죠. 계묘년 가을엔 더 아름답게 단장하고 기다릴 테니 갑오 선사들 모두 다 올라와 칠순 잔치하라면서 빙그레 웃었다면서요. (2022. 11. 20.) ☞ 지공선사(地空禪師):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만 65세 이상의 노인을 이르는 말 더보기
[詩] 오판 오판 돌담/이석도 오호통재라 한창 꽃잎 벌리던 봉오리 백육십 여 송이나 떨어졌는데··· 왼쪽으로만 감아 올라 기생하면서 숙주들이 죽을 때까지 영양분 빨아먹는 실새삼들 나라님 끌어내렸던 오륙 년 전 촛불 떠올리곤 오매불망 기회 왔다며 쾌재 부른다. 바다 건너와 변질된 10월 말의 호박놀이 축제에 무궁화 이파리 끌어 모아 통제하면 경찰 공화국도 모자라 제2의 10월 유신 획책한다고 억지 부리며 촛불 들 작정이었는데 이게 웬 떡이야 싱글벙글 꽃봉오리 떨어진 참극 축제 인파 통제하지 않은 탓이라고 나라님한테 책임 뒤집어씌우며 이런 꽃놀이패 처음이란다. (2022. 11. 1.) 더보기
[詩] 가을 청계산 가을 청계산 돌담 이석도 며칠 전까지는 소주 몇 병 폭탄주 몇 잔에도 끄떡없이 푸르싱싱하더만 오늘은 고작 막걸리 한 병 나랑 나누어 마시고 울긋불긋 온 얼굴 불콰한 청계산 술기운일까? 나이 탓일까? 언제나 말없이 듣기만 하더니 오늘은 술술술 그의 말문이 터졌다. “친구야, 피면 지는 것이 자연이고 늙으면 병드는 게 섭리지만 우짜든동 치매만은 피하시게.” “올라올 때마다 억만년 묵은 내 정기 나누어줄 테니 자주자주 오시게.” (2022. 10. 31.) 더보기
[詩] 알아야 행복하다 알아야 행복하다 돌담/이석도 눈 뜨면 아침이 날마다 눈물 젖어 소식 전한다. 지구촌 어느 한쪽에선 아비규환의 밤이었고 내 나라 적잖은 가족의 간밤은 악몽 같은 밤이었다고··· “아! 잘 잤다.” 이 한마디와 기지개로 맞은 아침의 오늘이 바로 행복이다. (2022. 10. 3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