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詩 놀이터

[詩] 가을 하늘 가을 하늘 돌담/이석도 높고 파란 가을 하늘 하늘이 저토록 맑고 파란 것은 겨울부터 여름까지 나무 한 그루 한 포기 잡초마저 뿌리 내려 무성히 자라게 하느라 천둥 번갯불에 제 몸 태우는 고통을 이겨내며 땀과 눈물 다 쏟아냈기 때문일 거야. 하늘이 저렇게 높이높이 오른 것은 봄부터 지금까지 잡초 하나하나 나무 하나하나마다 예쁜 꽃 피울 욕심 열매 잘 익혀야 한다는 부담 다 내려놓아 마음 가벼워진 덕분일 거야. 높고 파란 가을 하늘 부러워하기만 하지는 말자. 우리도 가을 하늘 될 수 있을 거야. (2021. 10. 28.) 더보기
[詩] 영구 없다 영구 없다 돌담/이석도 판교 대장마을 토종닭 농장에 숨어든 겉모습 화려한 장끼 한 마리 농부가 넓은 마당에 닭 모이 뿌린 후 자리 비우자 닭들을 쫓아내곤 먹이 독차지한다. 잠시 후 돌아온 농부 그 많은 모이 혼자 쪼아 먹는 장끼를 향해 막대기 들고 달려오자 혼비백산한 수꿩은 걸음아 날 살려라 줄행랑치다 마당가 덤불에 대가리만 처박은 채 소리 지른다. (2021. 10. 14.) 더보기
[詩] 향수 향수 響愁 돌담/이석도 날마다 날마다 나는 양재천을 걷는다. 마을 앞 빈 장터 단발머리 폴짝폴짝 여자아이들 고무줄놀이를 하고 동창천에선 벌거숭이 사내아이들이 수박향 번쩍이는 은어 떼를 쫓아다니는 동창까지 십 리 포플러 쭉 늘어선 청매로 엄마 젖내 아버지 땀내 물씬한 맨살의 신작로를 오간다. 오늘도 몸은 서울을 걷고 마음은 고향을 걸었다. (2021. 9. 6.) 더보기
[詩] 멋진 인생 멋진 인생 돌담/이석도 하늘을 파랗게만 그린 그림 있던가요? 빨간 태양과 흰 구름이 있어야 하늘다운 하늘이잖아요. 시퍼렇게만 칠해 바다를 그리는 사람 보셨나요? 울퉁불퉁 갯바위도 그리고 집채만한 파도도 그리잖아요. 젖가슴처럼 봉긋 솟기만 한 산 중엔 명산이 없대요. 깊은 계곡 깎아지른 절벽이 기암괴석들과 잘 어울릴 때 비로소 명산 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답니다.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은가 봐요. 가뭄과 태풍, 폭염과 엄동설한을 겪으면서도 잘 익은 수박의 까만 씨처럼 박힌 희로애락을 보듬으며 여유롭게 익어가는 사랑 열매의 삶일 때 듣게 되는 행복한 노후의 다른 이름이죠. (2021. 8. 25.) 더보기
[詩] 일체유심조 일체유심조 돌담/이석도 손자와 공원을 걷던 중 까치 똥이 머리에 떨어져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는데··· 로또 1등 확률과 맞먹는 확률의 행운이란다. 새똥 맞은 사람마다 복권을 산단다. 아내 모르게 만 원짜리 한 장 손에 꼭 쥔 채 집 나설 땐 이미 나는 탱탱한 풍선 며칠 후 허허허 헛웃음 나던 날 나는 바람 빠진 풍선이 됐지만 새똥은 오래오래 빨고픈 사탕 되었다. (2021. 8. 18.) 더보기
[詩] 곡비 2 곡비 2 돌담/이석도 바람마저 잠든 열대야 자정 지난 지 까마득한데도 어디선가 매미 소리 들려온다. 엄마 부채질이 숨고를 때마다 칭얼거리며 잠투정하는 젖먹이 아기가 되고 사랑 열쇠 함께 채운 여자 친구 보고픔을 밤하늘의 별로 달래는 전방 초소 초병이 되고 고향 쪽 하늘만 바라봐도 뭉게구름 되는 부모님 그리움에 잠 못 이루는 불효자식 되어 매미 한 마리 속울음을 삼킨 채 흐느끼듯 울어댄다. (2021. 7. 30.) 더보기
[詩] 싸리나무 싸리나무 돌담/이석도 해마다 뜨거운 6월이면 네가 내미는 붉은 꽃이 1950년 6월 그날 이리 떼로부터 조국과 부모형제를 지키느라 산화한 이름 모를 장병들의 핏빛이라면 없는 듯이 이는 실바람에도 작은 이파리 파르르 떠는 네 몸짓은 그때, 먼저 가신 그들의 뜻을 받들기는커녕 이리들에게 갖다 바치지 못해 안달이 난 무리들에 대한 노여움일 테고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에서도 하늘 향해 꼿꼿한 자태는 먼저 간 임들처럼 안달뱅이들까지 싹 쓸어버릴 수만 있다면 죽어 빗자루가 되어도 여한 없다더니 상념에 잠긴 모습이겠구나. (2021. 6. 25.) ☞ 싸리꽃 꽃말 : 상념, 사색, 생각 더보기
[詩] 천국은 있다 천국은 있다 돌담/이석도 땀 뻘뻘 흘리며 청계산에 올라 솔향기 그늘에 자리 깔아 놓고 김밥 한 줄 뚝딱 드러누워 살랑살랑 솔바람에 온몸을 맡겼더니 그곳이 바로 천국이더라. 공원 놀이터에서 돌아온 땀내 물씬 나는 손자와 보들보들한 살 꺼칠꺼칠한 살 비비대며 비누칠하고 수돗물을 끼얹었더니 그때도 천국이고 소곤소곤하다 조용해진 외손녀 도닥이면서 머릿속 미세먼지 툴툴 다 털어 내고 눈 감았더니 이때도 천국이더라. 언제 어느 곳에서 들어가든 그때마다 반겨주고 언제 어디서든지 마음대로 나올 수 있어 숨쉬기보다 드나들기 쉬운 그곳 천국은 바로 내 안에 있더라. (2021. 6. 19.)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