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돌담/이석도
9월은
몸 푸는 달인가 보다.
70여 년 전, 울 아버지께서
빨간 고추와 까만 숯들을 듬성듬성 꽂은
새끼줄을 삼칠일 동안이나 삽짝에
쳐 놓았던 달이 9월이고
10여 년 전 내가
한 산부인과의 병실에서
강보에 싸인 갓난 손자 품에 안고선
세상 행복 다 가진 듯했던 달이 9월인 데다
손 닿는 게 싫어 온몸을 가시로 감쌌던
밤송이조차 제 몸 갈라 알밤들을
쑥쑥 내놓는 걸 보면 9월은
분명 몸 푸는 달이다.
용 아홉 마리 산다는
저 멀리 보이는 구룡산이
벌써 울긋불긋 꾸미는 걸 보면
올 9월에는 더 좋은 걸 풀 모양이니
아마도
壬寅年 9월의 선물은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일상 회복
그리고 건강과 행복일 거야.
(2022.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