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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놀이터

[詩] 오대산 선재길 오대산 선재길 돌담 이석도 월정사 상원사, 서로 오고 가는 오대산 산길 오르내리던 날 전나무 떡갈나무 단풍나무 산새 다람쥐 산토끼 등 만물로 화신한 선지식들은 졸졸졸 계곡이 목탁 칠 때 바람 소리 새소리에 독경 실어 불법 전하고 월정사 들어서자 보현보살 현신 구층탑은 사람들도 다 비우면 이처럼 맑아진다며 살살살 풍경 흔들었다죠. “댕그랑댕그랑”` (2024. 10. 16.)☞ 선지식(善知識) :(불교)지혜와 덕망이 있고 사람들을 교화할 만한 능력이 있는 승려. ※ 선재동자(善財童子) : (불교) 화엄경의 입법 계품(入法界品)에 나오는 젊은 구도자의 이름.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53명의 선지식을 차례로 찾아갔는데, 마지막으로 보현보살을 만나 진리의 세계에 들어갔다고 한다. 더보기
[詩] 가을, 이렇게 간다 가을, 이렇게 간다                돌담 이석도 토실토실 살찌는대추에 알알이 박혀 와서는 하늘에선 파랗게여기서는 빨갛게울긋불긋 뛰어놀더니 그대로 떠나긴 싫은가 보다김장배추 속 깊이 숨어노랗게 잠든다. (2024. 9. 9.) 더보기
[詩] 가을 타는 남자 가을 타는 남자 돌담 이석도 창밖에 무시로 파란 캔버스 펼치는 남자 하얀 뭉게구름들을 끌어 모아 소꿉친구들과 오르내렸던 마당가 감나무에 달린 빨간 홍시 고향 집을 찾을 때마다 맨발로 뛰어나오시던 엄마 그린다. 다음 생엔 새(鳥)로 태어나 훨훨 하늘 날고 싶다며 담배연기 길게 내뿜으시던 아버지와 지금은 자신만큼 흰머리 됐을 첫사랑도 그린다. 끝은 언제일까? 어디로 가는 걸까? 시도 때도 없이 불쑥 불쑥 밀려드는 인생무상에 절레절레 고개 흔들던 그 사내 헛기침 크게 한 번 하고는 훌쩍 가을에 올라앉아 말채찍을 꺼내든다. (2024. 8. 28.) 더보기
[詩] 어떤 결단 어떤 결단 돌담 이석도 체증 심한 계절의 길목 호루라기 불며 달려온 처서(處暑)가 꼼짝 않고 있는 열대야에게 부탁한다. “곧 백로(白露)가 오고 추분(秋分)도 지나갈 길인데 이렇게 드러누워 있으면 어떡해요? 빨리 일어나서 가세요.” 두 눈만 멀뚱멀뚱 못 들은 척, 열대야 꿈쩍 않자 화가 난 처서(處暑) 핸드폰을 꺼내 들더니 견인차에 전화 걸어 묻는다. “산산*이죠? (2024. 8. 23.) ☞ 산산* : 2024년 10호 태풍 이름 더보기
[詩] 호박 이파리 호박 이파리 돌담 이석도 심술궂은 해님이 달군 돌담 그 뜨거움 타고 하늘 오르는 호박은 사무침이다. 해마다 三伏이 빼앗아 간 입맛을 호박잎쌈으로 되찾으셨던 아버지, 올여름엔 무엇으로 입맛을 돋구시려나··· 오늘은 싱싱한 호박잎 한 움큼 따다 푹 쪄서 한 잎에는 큰아들의 그리움 넣고 또 한 잎으론 막내딸의 사랑을 싸서 하얀 뭉게구름에 실어 올려 보내야겠습니다. (2024. 8. 22.) 더보기
[詩] 가을은 이렇게 온다 가을은 이렇게 온다 돌담 이석도 폭염과 열대야가 주인인양 자리잡고 있지만 밀어내다 손 델까 두려워 대낮에는 햇살 사이사이 숨어 지내고 밤이면 까만 밤공기 한 알 한 알에 얼굴 묻고 지내면서 낮에는 하늘 들어 올리다 땀날 땐 뭉게구름 걸터앉아 쉬고 밤엔 이슬 만들다 힘들면 사뿐히 나뭇잎에 내려앉아 쉬면서 온다. (2024. 8. 20.) 더보기
[詩] 양재천 황톳길 양재천 황톳길 돌담 이석도 양손에 구두 한 짝씩 움켜쥔 중절모 저벅저벅 아장아장 뒤따르는 치와와도 맨발 살포시 내려앉은 비둘기도 맨발 이들이 부러웠나 보다. 메타세쿼이아에서 맴맴맴 벚나무에서 맴맴 쓰르르 땅속 칠팔 년 삶이 흙 벗어났더니 한 달도 못 산다며 오늘밤부터 세상이 잠들면 맨발로 걷겠다고 야단이다. (2024. 8. 18.) 더보기
[詩] 망언 망언                돌담 이석도 오랜만에 만난친구의 첫마디 “나이를 거꾸로 묵나?젊어졌네” 아서라, 친구야그런 말씀 마시게 칠십 년 동안 흘린 눈물몇 동이나 되는데... 또 그동안태워 없앤 휘발유가 몇 드럼이며,지금껏 쌈 싸 먹은 푸른 배추 이파리가족히 수십만 장은 넘을 텐데 다시 시작하라니...  나도연식대로 살다 갈래요. (2024. 7. 27.)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