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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놀이터

[詩] 자주달개비꽃 자주달개비꽃 돌담 이석도 자주달개비의 하루도 24시간이다. 창밖 밝히는 여명에 눈 뜨고 산 내려오는 산 그림자 발자국 소리 들으며 눈을 감는다. 피고 지고 폈다 지는 다람쥐 쳇바퀴 속 외로움에도 한나절밖에 안 되는 기쁨에도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는 꽃 아침마다 배시시 내게 웃으며 속삭인다. 멀리서 파랑새 찾지 말라고 일상이 바로 행복이라고 (2024. 4. 13.) ☞ 자주달개비꽃말 : 짧은 기쁨, 외로운 추억 더보기
[詩] 서울둘레길의 봄 서울둘레길의 봄 돌담 이석도 안양천 벚꽃 길 벗들과 걷던 날 둑길 따라 활짝 핀 벚꽃에서는 꽃향기 솔솔솔 50년도 더 발효된 우정 가득 담은 배낭을 둘러멘 채 오손도손 꽃길 걷는 할배들에게선 사람 냄새 풀풀풀 花香에 취했을까? 人香에 취했을까? 윙윙 윙윙윙 꿀 따러 날아든 꿀벌들은 앉을 꽃잎을 못 찾아 헤매었다죠. (2024. 4. 6.) 더보기
[詩] 태백산 시산제 태백산 시산제 돌담 이석도 한 걸음이라도 더 높이 올라 손톱만큼이라도 더 가까이서 告하고 싶은 그 마음 읽었을까? 만년설원 꿈꾸던 태백산은 잠시 꿈 접어 두고 길을 내주었다. 사과 배 등등등 팔도 진상품을 천제단에 차려놓고는 낭랑한 목소리로 천지신명과 산신령님께 산악인들의 무사한 산행을 소망하자 파란 하늘은 瑞雪 뿌려 응답했다. 흑산도에서 날아온 홍어와 꼬불꼬불 지렁이 걸음으로 산에 오른 컵 속의 라면이 서로 맛을 자랑하며 제 몸 바쳐 대접하고 맘껏 마시는 맑은 공기는 공기대로 원 없이 밟는 하얀 눈은 하얀 눈대로 걸음마다 건강해지는 느낌은 느낌대로 어느 하나 행복 아닌 것이 없고 한 순간의 부족도 없었던 시산제 덕분에 올 산행은 모두 행복 무한리필이렷다. (2024. 3. 20.) 더보기
[詩] 꽃샘추위 꽃샘추위 돌담 이석도 생사를 건 혈투다. 옥색 치마 곱게 차려입은 봄처녀 살포시 다가오자 동장군 한 손으론 장풍 날리고 또 한 손으론 창칼을 휘두르며 득달같이 달려든다. 동장군 달려들 땐 봄처녀 한 발자국 물러서고 동장군 주춤하면 봄처녀 다가서니 일진일퇴 몇 합이나 겨루었을까? 동장군이 제풀에 지쳤나 보다. 매섭던 장풍은 점점 위력을 잃어 가고 창칼의 날카로움까지 무디어지자 가벼운 몸짓으로 수비만 하던 봄처녀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진다. 자신의 승리를 자신한다는 듯이 (2024. 3. 8.) 더보기
[詩] 2월 2월                               돌담 이석도 2월이 바쁘다.겨우내 파란 하늘에서 훔친 햇살 그저께는 비단산* 하얀 기슭잔설마다 한 줌 한 줌씩 얹어 간질간질 겨울잠 아직 덜 깬 풀꽃 씨앗들 눈뜨게 하고 어제는 꽁꽁 얼어붙은비금계곡*에 한 아름 뿌리면서 버들치는헤엄질을 좋아하지만 가재는 숨바꼭질을 더 좋아한다며 돌덩이 듬성 깔아 수영장 만들더니 눈보라 고추바람에 오들오들 맨몸으로 떨고 있는 나무들이 애처로웠나 보다 오늘은 햇살을 좀 더 데워야겠다면서 제 꼬리 뚝떼어 내어 불을 지핀다. (2024. 2. 21) ☞ 비단산 : 가평에 있는 주금산의 별칭                   비금계곡: 주금산의 계곡으로 놀러 온 선비들이 거문고를 숨겨 두었다는 전설이 있음. 더보기
[詩] 윷놀이 윷놀이 돌담 이석도 싸리나무 쪼개 다듬은 막대들이 공중제비 춤을 추고 그 춤사위 멈출 때마다 말은 달린다. 어떤 땐 망아지 되어 아장아장 어떤 때는 천리마에 보너스도 있지만 겨우 한 걸음밖에 못 갔다가도 결승점 직행하는 로또도 있다. 앞섰다가도 잡혀 죽고 앞 말의 뒷걸음질에 밟혀 죽기도 하지만 뒤처졌다가도 지름길만 걷는 덕에 앞설 때도 있으니 용호상박 새옹지마 네 개의 윷가치와 여덟 개의 바둑알 걸음걸음에 함박꽃 피고 지는 희로애락의 윷판 놀이가 아니라 인생이다. (2024. 2. 13.) 더보기
[詩] 설날은 설날은 돌담 이석도 까치 울음소리가 반가워지는 아침의 날입니다. 굴뚝마다 모락모락 하얀 연기 피어올랐던 고향이 그리워지는 날입니다. 어제까지의 시련들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가슴마다 새로움이 싹트는 날입니다. 온 세상 모두에게 평화와 행복이 깃들길 바라는 자심이 우러나는 날입니다. 바람이 창문을 두드릴 때마다 내 귀에 환청이 들려오는 날입니다. “할아버지!” (2024. 설날) ☞ 자심(慈心) = 자비심 더보기
[詩] 겨울 달빛 겨울 달빛 돌담 이석도 빈 장터에서 폴짝폴짝 한창 놀이 중인 여자 아이들의 고무줄을 싹둑 끊고선 누런 콧물 훌쩍거리면서 달아나는 나를 째려보는 여자 동무들의 눈빛이다. 모른 척 아닌 척 짝사랑 뒤따라 다닐 때 휙 고개 돌려 나를 쏘아보는 그녀의 눈매이다. 아름다운 야생화에 곁눈질할 때마다 나를 노려보는 사삽 대 와이프의 눈초리이다. 달님도 세월이 무상한가 보다. 입춘을 앞두고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요즘 들어 부쩍 병원 출입 잦아진 나를 바라보는 집사람의 눈길처럼 (2024. 1. 25.)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