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詩 놀이터

[詩] 겨울 산 겨울 산 돌담/이석도 애지중지 키운 아들딸 시집 장가 다 보낸 노부부만큼 홀가분하다. 찬바람에도 껄껄 웃는 모습은 무소유 삶 즐기는 고승처럼 여유롭다. 그런데… 조금은 쓸쓸하나 보다. 누굴 기다리는지 산길마다 폭신폭신 융단을 깔아 놓고 있다. (2020. 11 .28.) 더보기
[詩] 아버지의 눈물 아버지의 눈물           돌담/이석도        청계산 망경대 바위틈에 등 굽은 나무 그 아래엔 낙엽 솔가리 수북이 쌓여 있다. 사시사철 푸르름잃지 아니하는 소나무도 아무도 모르게 한 방울씩떨어뜨리나 보다. (2020. 11 .22.) 더보기
[詩] 실새삼 실새삼 돌담/이석도 아재 콩밭이 아주 작살나고 있다. 해마다 서울 부산 광주로 흩어져 사는 아들에 딸네 된장 간장까지 다 담그고도 남을 만큼 많은 콩이 소출되던 밭인데 올 수확으로는 한 집 메주는커녕 한 주먹도 안 될 것 같단다. 올 들어서도 콩들이 싱싱하게 잘 자라던 콩밭 언제부턴가 노란 실처럼 기다랗게 생긴 것들이 한두 개 보였지만 저러다 말겠지 했었는데 어느새 이놈들이 콩밭을 점령해 있단다. 뿌리도 없는데… 싱싱한 콩들이 이놈들의 숙주였다. 콩 줄기를 칭칭 휘감으며 자라면서 수분을 다 빨아먹었다..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뿌리 없이도 잘 자라게 양분 대준 콩을 말라죽게 하다니… 아재는 진즉 깨끗이 걷어내지 않은 걸 후회하면서 자신의 가슴을 사정없이 마구 때리고 있었다. 문득 어떤 무리들이 떠올랐다. 실.. 더보기
[詩] 가을 햇살 가을 햇살 돌담/이석도 저녁 식탁에 갈치찌개가 올랐다. 며칠 전 먹었던 것보다 훨씬 맛났다. “설탕 넣었어?” 아내는 고개를 저었다. 마트에서 산 애호박 대신 청계산 기슭 채소밭에서 자란 애호박을 넣었을 뿐이란다. 그럼, 두어 달 전까지만 해도 시큰둥하던 포도랑 얼마 전까지 무뚝뚝한 채 떫기만 하던 청도반시를 지금처럼 말랑말랑하고 달콤하게 만든 것도 가을 햇살이었단 말이 아닌가. 파란 하늘이 유난히 높았던 다음날 나는 반바지에 민소매 차림으로 코스모스와 햇살이 활짝 핀 양재천 변 걷고 있었다. (2020. 10. 11.) 더보기
[詩] 장수비결 장수 비결 돌담/이석도 인도의 불가촉천민부터 미국 대통령까지 차별 않는 코로나는 일 년이 되도록 나날이 더 젊어지고 있는데 밝은 곳만 찾는 불나방 公正 마다하고 제 편만 챙기는 식충이 하루 이틀이 일생이다. 편식하지 마라 골고루 챙겨 먹어야 건강해진다. 어머니 말씀은 섭리였다. (2020. 10. 10) 더보기
[詩] 광화獄 광화獄 돌담/이석도 城을 쌓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내 城은 적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이제 主敵은 없다며 동해안 서해안 남해안 철망 다 걷어낸 나라님이 城을 쌓을 리 만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개미새끼 한 마리조차 드나들 수 없을 만큼 만리장성보다 촘촘히 돌 대신 철제 쌓곤 사이사이 수갑 든 순라군을 장기판의 병졸보다 더 세우고 있으니···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필사즉생 정신으로 열세 척의 배로 倭船 수백 척을 수장시켜 나라 구한 이순신 장군이 긴 칼을 빼어 들곤 동상에서 내려와 민초들에겐 여전히 동족상잔의 主敵 무리 괴뢰군 말살시킬까 봐 배달족의 聖雄을 가두어 두고 글눈 먼 백성까지 어여삐 여겨 훈민정음 창제하신 임금 용상에서 벌떡 일어나 언문 없던 시절 .. 더보기
[詩] 업보 업보 돌담/이석도 멸치 떼가 파도를 탄다. 새 떼들은 파란 창공을 가르고 들소 떼는 흙먼지를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스스로 사회적 동물이라 뽐내면서 하늘 땅 바다 모두 제 것인 양 마구 쓰던 무리 일 년 가까이나 그 버릇 버린 것처럼 산다. 이제야 너무 몰려다녔다는 걸 깨달았을까? 서로서로 뚜욱 뚝 떨어져서 지내고 있다. 이제서야 너무 우쭐댔음을 뉘우치는 걸까? 말도 하지 않을 듯이 흰 천으로 입 막았다. (2020. 9. 23.) 더보기
[詩] 청계산 청계산 돌담/이석도 청계산은 책이다. 한 峰씩 나눠 읽으면 단편 한꺼번에 다 읽으면 장편 봄엔 연둣빛 글씨 여름에는 초록 글씨 가을 글씬 울긋불긋하지만 어떤 겨울에는 모조리 지워 하얀 白紙 되어 버리는 맹랑한 책이다. 고려시대 조선시대 옛날이야기도 많지만 어제 일까지 다 담아 펼칠 때마다 새로움 넘친다. 제목은 ‘건강 비법-와사보생’ 내가 즐겨 읽는 책이다. (2020. 9. 22.) ☞ 와사보생(臥死步生) :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