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보
돌담/이석도
멸치 떼가 파도를 탄다.
새 떼들은 파란 창공을 가르고
들소 떼는 흙먼지를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스스로 사회적 동물이라 뽐내면서
하늘 땅 바다 모두 제 것인 양 마구 쓰던 무리
일 년 가까이나 그 버릇 버린 것처럼 산다.
이제야 너무 몰려다녔다는 걸 깨달았을까?
서로서로 뚜욱 뚝 떨어져서 지내고 있다.
이제서야 너무 우쭐댔음을 뉘우치는 걸까?
말도 하지 않을 듯이 흰 천으로 입 막았다.
(2020.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