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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놀이터

[詩] 어떤 대장 내시경

 

어떤 대장내시경

 

                               돌담/이석도

 

      

아랫배를 움켜잡은 채 숨넘어갈 듯

신음하는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 온다.

 

신 모, 진 모 , 조 모 등

소문난 명의들 황급히 달려와

대장 내시경 검사를 시작한다.

 

회충 편충 촌충 요충 등등

우글거리는 기생충들, 그때 갑자기 

편충 한 마리 제 꼬리를 끊으며 도망친다.

 

편충을 쫓던 명의들 대장 벽에 붙은

기생충 알처럼 생긴 용종들을 발견하곤

조심조심 떼어낸다.

 

조직검사 하던 명의들 깜짝 놀란다.

 

냄새 고약한 첫째 용종은 아들 비리

퉁퉁 불은 두 번째 용종은 딸 비리

돌기 많은 셋째는 정치자금 비리

모두, 암 되기 직전이다.

 

근데 용종과 편충 DNA99.99% 일치

 

편충 잡기 위해 명의들 애쓰지만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잡힐 만하면 다른 기생충들 몰려들어

편충을 둘러싸는 통에 잡을 수가 없다.

 

박멸 외엔 다른 방법 없다 깨달은 명의들

환자에게 구충제 내놓으며 먹길 권하지만

환자는 약이 쓰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쯧쯧쯧 혀 차던 명의들

몸에 좋은 약이 입에는 쓰대요.

살고 싶으시면 약 드세요.” 말하곤

구충제를 환자 머리맡에 두면서 한숨짓는다.

 

(2020.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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