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새삼
돌담/이석도
아재 콩밭이 아주 작살나고 있다.
해마다 서울 부산 광주로 흩어져 사는 아들에 딸네 된장 간장까지
다 담그고도 남을 만큼 많은 콩이 소출되던 밭인데 올 수확으로는
한 집 메주는커녕 한 주먹도 안 될 것 같단다.
올 들어서도 콩들이 싱싱하게 잘 자라던 콩밭
언제부턴가 노란 실처럼 기다랗게 생긴 것들이 한두 개 보였지만
저러다 말겠지 했었는데 어느새 이놈들이 콩밭을 점령해 있단다.
뿌리도 없는데…
싱싱한 콩들이 이놈들의 숙주였다.
콩 줄기를 칭칭 휘감으며 자라면서 수분을 다 빨아먹었다..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뿌리 없이도 잘 자라게 양분 대준 콩을 말라죽게 하다니…
아재는 진즉 깨끗이 걷어내지 않은 걸 후회하면서 자신의 가슴을
사정없이 마구 때리고 있었다.
문득 어떤 무리들이 떠올랐다.
실새삼 이놈들도 왼쪽으로만 감고 올랐다.
(2020. 10. 13.)
☞ 실새삼 : 주로 콩과 식물에 기생하여 실 같은 덩굴이 자라는데
새삼보다 가늘다. 뿌리는 없다. 콩밭에 이 식물이 번성하면
큰 피해를 주어 콩밭을 전멸시키기도 한다. 실같이 가는
황색의 줄기가 宿主에 붙어 왼쪽으로 감아 오른다.
☞ 숙주(宿主): 기생 생물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