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
돌담/이석도
저녁 식탁에 갈치찌개가 올랐다.
며칠 전 먹었던 것보다 훨씬 맛났다.
“설탕 넣었어?”
아내는 고개를 저었다.
마트에서 산 애호박 대신 청계산 기슭
채소밭에서 자란 애호박을 넣었을 뿐이란다.
그럼, 두어 달 전까지만 해도 시큰둥하던 포도랑
얼마 전까지 무뚝뚝한 채 떫기만 하던 청도반시를
지금처럼 말랑말랑하고 달콤하게 만든 것도
가을 햇살이었단 말이 아닌가.
파란 하늘이 유난히 높았던 다음날
나는 반바지에 민소매 차림으로
코스모스와 햇살이 활짝 핀
양재천 변 걷고 있었다.
(2020.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