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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놀이터

[詩] 촉새 인간 촉새 인간 돌담 이석도 촉새풀 새싹은 봄에나 돋아나고 매미 애벌레도 때 되어야 땅 뚫고 나오며 북녘 사는 새, 촉새 봄가을에만 남녘 하늘 난다던데 지나침이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말 못 듣고, 똑같은 이슬이라도 소가 먹으면 우유 되지만 독사가 먹으면 독 된다는 말 못 들어서일까? 지식 많고 언변 좋아 쌍학흉배까지 달았던 인간 촉새 시도 때도 없이 나댄다. 장소 가리지 않고 설친다. 제 식구 아니면 뉘에게나 독침을 쏘아 댄다. (2020. 8. 25.) ☞ 쌍학흉배 : 당상관(지금의 장관급) 이상의 관복에 붙였다, 더보기
[詩] 소나기 소나기 돌담 이석도 코로나에 갇힌 민초들의 바짝 엎드린 모습 얼마나 불쌍했길래··· 슬픔이 너무 크면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더니 우르르 쾅 우르르 쾅 잔뜩 찌푸리기만 한 채 가슴 찢으며 울부짖는다. 한바탕 쏟아내면 시원할 텐데··· 어느새 내 마음 읽었나 보다. 후두둑 후두둑 하늘은 금방 눈물 쏟는다. (2020. 8. 21.) 더보기
[詩] 옥잠화 옥잠화 돌담 이석도 가뭄 장마 불더위 온갖 시련 다 이겨 내곤 달빛 향기 내려앉아 하얀 웨딩드레스 차려입고 옥비녀 꽂은 채 속삭이듯 사랑 맺는 8월의 신부 (2020. 8. 20.) ☞ 옥잠화 꽃말: 침착, 조용한 사랑 더보기
[詩] 곡비 3 곡비 3 돌담/이석도 장마 떠난 파란 하늘 뭉게구름 춤추는데 사면팔방 들려오는 울음소리 요란하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반신불수 된 지구촌 지역 갈등 세대 갈등 중환자 된 한반도 ··· 울고 싶은 내 심정 어떻게 알았을까? 매앰 매앰 맴 짬만 나면 매미들 목 놓아 울어댄다. (2020. 8. 14.) ☞ 곡비(哭婢): 양반의 장례 때 주인을 대신하여 곡하던 계집종 더보기
[詩] 庚子年 매미는 섧다 庚子年 매미는 섧다 돌담/이석도 비 잠시 멈출 때마다 매미 소리 들려온다. 칠팔 년을 땅속에서 지내다 이제 겨우 날개를 달았는데 종일 비를 퍼부으면 우야노… 따지는 듯 울어댄다. 남은 생은 열흘 남짓 그 안에 짝을 만나야 한다면서 한 달 내내 비 뿌리는 하늘 올려보며 구슬프게 울어댄다. 장마 기간을 사나흘 내로 줄이든지 장마철을 봄이나 가을로 옮겨 달라 애원하듯 울어댄다. (2020. 8. 9.) 더보기
[詩] 참나리꽃 참나리꽃 돌담/이석도 양재천 변 곳곳에 말괄량이 삐삐 서 있다. 빨간 머리 주근깨투성이 얼굴 빼빼 마른 큰 키 살랑살랑 산들바람에도 온몸 흔들며 깔깔거리던 때 묻지 않은 모습 그대로다. 세상이 맑지 않아 걱정이라며 기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하더니 해마다 7월만 되면 찾아와선 하늘 향해 두 손 모아 서 있다. (2020. 7. 13.) ☞ 말괄량이 삐삐 : 스웨덴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랜이 쓴 동화의 주인공으로 빨간 머리와 주근깨를 가진 소녀임 ☞ 참나리 꽃말 : 깨끗한 마음, 순결 더보기
[詩] 바람 바람 돌담/이석도 바람이 좋았다 시원케 해서 좋았다 미세먼지 날려 버려 좋았다 한들한들 코스모스 춤추게 해 좋았다 그러나 태풍 되자 곳곳에 상처만 남겼다. 바람 불어 좋았다 설렘 있어 좋았다 색다른 분내음 있어 좋았다 두둥실 구름 탄 것 같아 좋았다 그러나 안개 걷히자 곳곳에 상처만 남겼다. (2020. 7. 10.) 더보기
[詩] 개망초의 화답 개망초의 화답 돌담/이석도 삼대독자 내 친구는 어릴 적 개똥이라 불렸대 이름마저 이뿌면 저승사자 찾아온다고… 부정의 부정은 긍정이란다. 망할 ‘망’자에 ‘개’까지 붙었으니 엄청 귀하다는 뜻일 거야 봐봐 활짝 핀 모습 계란 프라이 닮았다며 ‘계란꽃’이라 부르는 사람 많잖아 어디서든 잘 자라고 어떤 꽃들과도 잘 어울린다고 ‘화해’란 멋진 꽃말 선물 받았잖아 바람 속삭임 다 들은 개망초꽃 그제서야 배시시 온몸 흔들며 춤춘다. (2020. 7. 1.)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