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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놀이터

[詩] 코로나19 코로나19 돌담/이석도 그분께서는 다 내려다보고 계셨을 게다. 잠시 빌렸을 뿐인 곳을 마구마구 파헤치고 있는 우리들을 당신께서 애써 꾸민 정원에서 마음대로 나무를 뽑아내고 물길까지 바꾸는 우리들을 당신께서 사랑하는 동물들을 함부로 죽이고 때론 천적까지 만들어 몰살시키고 있는 우리들을 그대로 두면 머잖아 풀 한 포기도 자라지 못하는 황무지가 될 것 같아 걱정하셨을 게다. 못 본 체 지내면서도 한 번쯤은 우리에게 경고라도 하고 싶으셨을 게다. 시험 삼아 개미 약 비슷한 것을 만들어 바늘 끝에 살짝 묻혔을 게다. 그러다 우리 발길 흔한 곳에 점을 찍듯 발라 놓으셨을 게다. 그분께서는 절로 터져 나오는 쓴웃음을 참지 못하셨을 게다. 젤처럼 생긴 약을 길목에 발라 놓으면 오고 가며 몸에 약을 묻힌 채 제 집을 들.. 더보기
[詩] 꽃봉오리 꽃봉오리 돌담/이석도 담 넘은 목련나무 초리마다 봉곳봉곳 부풀어 오른 꽃봉오리 코로나19가 무서워 올해는 피지 않겠다며 꽃잎 앙다문 채 버티고 있다. 이 정도 어려움에 숨어 지내기만 한다면 꽃 필 날 평생 오지 않는단다. 살랑살랑 남실바람 어깨 토닥이며 속삭이자 하얀 목련 꽃망.. 더보기
[詩] 양재천 봄 양재천 봄 돌담/이석도 양지바른 둔치에 나란히 세 할머니 쪼그리고 앉아 쑥을 캐고 있다. 마른 풀잎 사이 조그만 칼날 번쩍일 때마다 까만 비닐봉지 입을 벌린다. 칼질보다 바쁜 할머니들의 웃음소리 뚝방 너머 솟아오른 빌딩은 고향에 두고 온 鳥來山이 되어 빙그레 웃으며 내려다보고 .. 더보기
[詩] 산수유(2) 산수유(2) 돌담/이석도 떠나기 싫은 동장군이 무슨 심술을 부릴지 모르는데 뭐가 그리 급했을까? 물오른 가지의 잎눈도 함께 가자며 따라나섰을 텐데 왜 혼자 먼저 나왔을까? 서해 건너 날아든 바이러스에 뿌리째 흔들리는 잡초들 응원하고 싶었나 보다. 얼어 죽을 것만 같았던 겨울을 이겨 냈더니 지금처럼 꽃 활짝 피더라는 듯 꽃샘바람에 오들오들 떨면서도 노랗게 웃는다. (2020. 3. 5.) 더보기
[詩] 봄까치꽃 봄까치꽃 돌담/이석도 보시시 버들강아지 기지개 켜는 양재천 봄볕 낮잠 든 언덕에 남 먼저 얼굴 활짝 내민 새끼손톱만한 봄맞이꽃 영판 선잠 깬 백일배기 아기다. 자장자장 이슬 흉내 내듯 봄비가 도닥이자 스르르 꽃잎 접고 눈을 감는다. (2020. 3. 2.) ☞봄까치꽃: 씨방 모양이 희한하게도 개의 음낭을 닮았다 해서 호적(?) 이름은 ‘큰개불알꽃’이며 한자로는 ‘땅 위의 비단’이란 의미인 ‘큰지금(地錦)’이다. 그러나 앙증맞은 꽃 모양에 비해 이름이 너무 민망한데다 꽃말이 ‘기쁜 소식’일 만큼 봄이 채 오기도 전에 피는 게 봄소식을 전하는 까치 같다고 해서 야생화동호인들은 ‘봄까치꽃’이라 부른다. 더보기
[詩] 봄비 봄비 돌담/이석도 수채화를 그리나 보다. 축 늘어뜨린 수양버들 가지 늙은 벚나무 마른 초리엔 살짝 연두색을 칠하고 거북등 땅에다 새싹 그리자 빗방울 닿는 곳마다 젊음 돋는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우산 접었다. (2020. 2. 29.) 더보기
[詩] 도래솔 도래솔                       돌담/이석도          자미산 양지 기슭속살 벌겋게 드러낸잊혀진 무덤   무덤가 아름드리 老松들바람 불 때마다위잉위잉 윙중얼거린다. 갓 쓴 백발 두루마기까까머리에게 들려줄 때엿들어 둔 뿌리 이야기   행여, 올 추석에찾아오는 사람 있으면전해 줘여 한다며되뇌고 있다. 윙윙    (2020. 1. 23.)   ☞도래솔: 무덤가에 죽 둘러선 소나무 더보기
[詩] 호사 넋두리 호사 넋두리 돌담/이석도 눈 몇 번 끔뻑이면 하루가 휙 지나 버리고 고개 몇 번 끄떡했더니 한 달이 갔다고 했던가요? 그럼, ‘플랭크’ 한 번 해보세요. 팔꿈치로 바닥 짚고 가만히 있어 그다지 힘들지 않는 운동인데도 일 초가 얼마나 긴지 몰라요. 삼십 초가 삼 년처럼 느껴져요. 세월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