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양재천이 위험하다 2021. 7. 10. 토요일 한창 짙푸름을 더해가면서 여름 꽃이 만발하기 시작한 양재천이 몸살을 앓고 있다. 누군가가 천변 둔치 곳곳에 노란 실타래를 던져 논 것처럼 보인다. 그 실타래의 노란 실들은 헝클어져 주변의 잡초뿐 아니라 꽃나무 등 모든 식물들과 뒤엉키어 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풀들과 뒤엉켜 있는 노란 것들은 실이 아니라 식물이었다. 작년까지는 별로 보이지 않았던 놈들인데 올해는 곳곳에서 양재천이 제 세상인양 설쳐댄다. 하늘에서 떨어졌을까? 땅에서 솟았을까? 네이버에서 렌츠로 촬영했더니 ‘실새삼’이란다. 백과사전에서 실새삼을 검색했다. 근데 이놈들의 일생이 꼭 어떤 무리를 닮았다 싶다. 북에서 남파하는 간첩처럼 몰래 숨어들었나 보다. 뿌리 없이 사는 기생식물이란다. 숙주 식물에 달라붙어.. 더보기 6월 29일 2021. 6. 29.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6월 29일은 쉬이 잊을 수 없는 두 개의 사건이 일어난 날이다. 하나는 1985년 2·12 총선 이후 야당과 재야세력은 간선제로 선출된 제5공화국 대통령 전두환(全斗煥)의 도덕성과 정통성의 결여, 비민주성을 비판하면서 줄기차게 직선제 개헌을 주장하자 전두환 대통령은 1987년 4월 13일 일체의 개헌 논의를 금지하는 호헌조치를 발표하였지만 서울대학교 박종철(朴鍾哲) 학생이 경찰의 고문으로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규모 가두집회가 열리고, 학생과 시민들의 시위가 연일 계속되었다. 26일 전국 37개 도시에서 사상 최대 인원인 100만여 명이 밤늦게까지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그러자 1987년 6월 29일 당시 집권여당 민주정의당(약칭 민정당)의 대표위원이자 대.. 더보기 천 원의 행복 2021. 6. 22. 화요일 여느 날처럼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치곤 집을 나섰다.꽤 오래되어 습관처럼 되었지만 작년 2월 어느 날부터 달라진 것도 적지 않은 일상이다.은규를 태운 유치원 승합차가 아파트 귀퉁이를 돌아갈 때까지 손을 흔들다 들어와서 아침을 먹었던 것은 은규가 매헌초등학교 교문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꼭 껴안으면서 "이따 2시 30분에 만나자." 하곤 손을 흔들다 집에 돌아와 식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일 년 반쯤 전에는 아침 식사 후 집사람이랑 커피 한 잔 후 두툼한 스포츠 가방을 둘러메고 집을 나섰는데 지금은 큼직한 스포츠 가방 대신 핸드폰과 생수 한 병을 꽂은 허리쌕만이 내 허러에 둘러져 있을 뿐이다.아! 아니다. 그러고 보니 새로 생긴 버릇이 하나 더 있다.쌕을 허리에 차기 전에.. 더보기 AZ 백신 1차 접종기 2021. 5. 29. 토요일 침대에 누운 채 손목을 들고 시계를 살폈더니 6시 30분이었다. 혹시라도 늦잠을 잘 까 봐 알람을 7시에 맞추었는데 이젠 알람이 필요 없는 나이가 됐구나 싶었다. 침대에 걸터앉아 잠시 심호흡을 한 후 혈압을 측정했더니 115/79였다. 어젯밤에는 하루 전이니 제발 무리하지 말라는 집사람의 잔소리(?)가 있었지만 2,3일은 운동을 못할 텐데 싶어 아파트 앞의 근린공원으로 가서는 달밤에 체조하듯 시작한 운동이 23시에 끝났으니 1시간 30분이나 한 셈이다. 덕분에 평행봉 딥스를 285회(15회씩 18세트)나 하고, 몸풀기와 고무줄 밴드를 이용한 철봉 턱걸이를 80회(10회씩 10세트)나 했으니···. 운동을 마친 후 집에 돌아와 뻐근한 몸으로 쟀을 때 108/70 였던 혈압도 .. 더보기 까치의 모성애 2021. 5. 5. 수요일 어린이날 아침은 여유로웠다. 원준이와 은규가 오지 않기에 늦잠을 즐길 수 있어 좋을 줄 알았더니 왠지 허전했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안마의자에 드러누운 채 멍하니 시계를 바라보는데 오늘따라 시곗바늘이 너무 느릿느릿 움직이는 듯했다. 이대로 누워 있다가는 내 몸도 저 시곗바늘처럼 축 늘어지겠다 싶어 곧바로 일어나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생수 한 통만을 꽂은 쌕(Sack)을 허리에 차고 양재천으로 향했다. 봄비 치고는 많이 내린다 싶었던 간밤의 비바람이 대청소를 했나 보다. 하늘은 가을만큼이나 파랗고, 맑은 공기는 깊은 산속 못잖게 신선하면서 달콤했다. 연둣빛 천지가 된 양재천 변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봄볕을 즐기고 있었다. 손을 꼭 잡은 채 걷는 노부부, 다정한 .. 더보기 애기똥풀꽃 양재천이 온통 노랗다. 4월 중순까지만 해도 만발한 벚꽃과 조팝꽃이 하얗게 물들였던 양재천 변을 그들이 사라지자 노란색이 점령한 것이다. 겨우내 하얀 비닐이 꽁꽁 숨겼던 강변 둔치는 노란 유채꽃 세상이 되었고, 유채꽃에 사람들의 관심을 빼앗길 새라 황매화와 민들레, 씀바귀는 산책로를 따라 얼굴을 활짝 내민 채 노랗게 웃고 있다. 양재천의 봄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미처 몰랐다. 노란색과 연두색의 궁합이 이처럼 잘 맞는 줄 상상도 못 했다. 파릇파릇 돋은 새싹들의 연둣빛이 노란색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마치 잘 그린 한 폭의 풍경화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의 선물(?) 덕분에 작년 봄부터 평일 걷는 코스가 되어버린 영재천 변을 걸었다. 알에서 나온 지 며칠 되지 않는 올챙이들이 꼬물꼬물 떼 지.. 더보기 목련꽃 필 무렵 2021. 3. 18. 목요일 희망을 보는 기분이었다. 일 년 내내 보고 싶었던 정경이었다. 보면 볼수록 반가운 모습이라 넋 놓은 채 한참을 바라보았다. 나뭇가지가 무겁도록 달린 목련 꽃봉오리들이 하나씩 둘씩 하얀 꽃잎을 활짝 벌리기 시작한 오전 시간. 친구와 점심 약속이 있는 날이라 평소에 하는 양재천 걷기 등 오전 운동을 포기하고는 여러 가지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어 있는 아파트 앞 근린공원 체력단련장에서 평행봉이나 할 요량으로 공원에 들어섰다. 인조 잔디 축구장 옆을 지나가는데 아이들 소리가 들리는 듯해 고개를 돌렸다. 겨울 내내 아니 일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코로나가 폐장시키다시피 한 탓에 늘 입을 꾹 다문 커다란 자물쇠들을 매달고 있던 출입문들이 목련꽃처럼 입을 활짝 벌리고 있었고, 항상 텅 비어 .. 더보기 꽃샘추위 2021. 2. 17. 수요일 입춘을 지나면서 이젠 봄이 오나 싶었던 날씨가 다시 추워졌다. 영상 14도까지 오르내리던 지난 주말의 기온이 오늘은 영하 10도까지 곤두박질친 것이다. 두세 달 머무르던 겨울이 떠나기 싫은 모양이다. 아니 인간들의 변해버린 품성을 꿰뚫어 본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싸움박질 좋아하는 인간들· '내가 옳네··· 네가 옳네···', '네 땅이 넓네··· 내 땅이 넓네···' 핑곗거리만 생기면 우르르 직접 총칼을 들고 뛰쳐나가 나라의 명운을 걸고 싸운다. 그런데 핑곗거리가 없을 때도 조용히 있지를 못한다. 핑곗거리가 없을 땐 스포츠란 미명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 싸움을 붙인다. 승리한 자에겐 큰 부와 명예를 안겨주는 대신 사생결단으로 싸우길 원한다. 질 때는 지더라도 혼신을 다해 ..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7 8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