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9. 토요일
침대에 누운 채 손목을 들고 시계를 살폈더니 6시 30분이었다.
혹시라도 늦잠을 잘 까 봐 알람을 7시에 맞추었는데 이젠 알람이 필요 없는 나이가 됐구나 싶었다.
침대에 걸터앉아 잠시 심호흡을 한 후 혈압을 측정했더니 115/79였다. 어젯밤에는 하루 전이니 제발 무리하지 말라는 집사람의 잔소리(?)가 있었지만 2,3일은 운동을 못할 텐데 싶어 아파트 앞의 근린공원으로 가서는 달밤에 체조하듯 시작한 운동이 23시에 끝났으니 1시간 30분이나 한 셈이다. 덕분에 평행봉 딥스를 285회(15회씩 18세트)나 하고, 몸풀기와 고무줄 밴드를 이용한 철봉 턱걸이를 80회(10회씩 10세트)나 했으니···. 운동을 마친 후 집에 돌아와 뻐근한 몸으로 쟀을 때 108/70 였던 혈압도 밤새 잘 유지된 모양이었다.
07시가 다 되어서야 거실로 나와 매트를 깔았다.
평소 새벽처럼 1시간 20분에 걸쳐 폼롤러와 고무밴드를 이용해 스트레칭도 할 겸 뻐근한 어깨와 등의 몸풀기와 발끝 치기, 플랭크를 했더니 어느새 벽시계의 바늘은 8시 30분에 다가가고 있었다. 이러다 늦겠다 싶었다. 서둘러 식사를 한 후 머리까지 감자니 마음이 급했다. 후다닥 서둘러 마친 후 헐떡이며 다시 혈압을 측정했더니 아이고! 140/94, 고혈압???
잠시 숨을 돌린 후 다시 측정하고 싶었지만 정말 늦을 것 같아 서둘렀다.
종종걸음으로 약 500m를 걸어 도착한 양재동 튼튼소아청소년과의원.
소아과 안에는 벌써 여남은 넘을 듯한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대부분은 소아과란 이름에 맞지 않게 늙수레한 분들이었으니···
오늘은 내가 코로나 예방 AZ 백신 주사를 맞기로 한 날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국내외에서 날마다 발생하는 AZ백신 접종 후 사지 마비 등의 이상 반응뿐 아니라 혈전 등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꼬리를 물고, 며칠 전 영국에서는 40대의 한 여성 라디오 진행자가 AZ 백신 접종 후 혈전으로 일주일 만에 사망했다는 어두운 뉴스까지···, 다행히 과학자들이 AZ 백신의 혈전 발생 원인을 알아냈다니 머잖아 혈전 없는 백신으로 발전하겠지만 아직은···, 오늘 내가 맞는 AZ는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기피하는 백신이니 어쩔 수 없는 두려움일 게다. 사망 등의 부작용이 많은 AZ 백신 접종 대신 화이자 백신을 맞기 위해 아내를 데리고 미국으로 여행 간다는 친구가 부러웠다. 조심만 잘하면 코로나에 안 걸릴지 않을 수 있다는 건방진 생각과 불안한 AZ 백신을 지금 꼭 맞아야 하나 하는 마음이 잠시 망설임을 부추기도 했었지만, '인명재천'이란 사자성어가 떠오르면서 하루라도 먼저 맞는 것이 가족사랑이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바꾸곤 지난 5월 10일, 제날짜에 곧바로 예약했던 AZ 백신 접종이 바로 오늘 09시다.
소아과에 들어서서 신분증을 내밀자 간호원이 마스크 밖까지 번지는 밝은 미소로 인사했다.
"은규 할아버지시네, 어서 오세요. 은규 잘 있죠?"
간호원의 체온 체크와 문진표 작성.
그리고 잠시 후
"띵똥! 띵똥!"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번에는 원장께서 반갑게 맞으며 물었다.
"은규 할아버지 오셨군요. 손주들 많이 컸죠?"
그러고는 한참 동안 직접 백신 접종 후 발생 가능한 이상반응뿐 아니라 접종 후 주의 사항과 이상반응이 있을 경우 조치사항 등을 밑줄까지 그으면서 말씀하셨는데 얼마나 자세히 설명하시던지···,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지정 의원을 마다하고 이 소아과로 예약하길 잘했다 싶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접종하는 사람마다 이렇게 자세히 설명하면서 접종하려면 보통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설명을 마친 원장님의 말씀.
"따끔할 겁니다."
그런데 웬걸···
지난가을의 독감 예방주사보다 싱거웠다,
가벼운 산책 정도는 괜찮지만 내일까지는 푹 쉬란다.
진료실에서 나오자 간호원이 내 손등에 스티커를 붙이며 말했다.
"혹시 모르니까 15분 동안만 더 머물다 가세요."
한 잔의 커피와 스마트폰이 15분을 먹어치우고서야 나는 해방.
산책 삼아 동네를 한 바퀴 돌아 집에 와서는 10시 30분쯤 체크한 혈압은 118/78, 지극히 정상.
12시 혈압 130/81
17시 30분 혈압 136/92
22시 05분 혈압 129/86
접종 후 열이 나면 먹어야 한다며 집사람이 타이레놀을 2통이나 준비하던데···
혈압엔 얼마간의 변동이 있었지만 두통 등 다른 징후는 전혀 없는 밤 10시 현재 컨디션 100점
2021. 5. 30. 일요일
오늘은 일부러라도 늦잠을 자고 싶은데 또 절로 눈이 떠졌다.
5시를 겨우 넘은 시간인데 싶어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눈은 더 말똥말똥···
어젯밤엔 10시도 안 된 시간에 잠들어 05시 05분에 깼으니 7시간이 넘도록 잔 셈이다.
게다가 밤새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잔 덕분에 스마트 워치가 매긴 수면 점수는 100점 만점에 무려 98점.
타이레놀 생각할 필요조차 없었던 밤은 지나고 날이 밝았다
상쾌한 아침이다.
그저께 밤에 딥스와 턱걸이를 많이 한 탓에 뻑적지근했던 등근육이 오늘은 살짝 뻐근하고, 어제 백신 주사를 맞았던 팔뚝 부위도 젖먹이 손자에게 꼬집힌 것처럼 기분 좋게 뻐근할 뿐이다. 오늘 06시의 혈압은 121/84, 접종한 지 24시간 되는 09시의 혈압은 134/89로 여전히 조금씩 오르내리지만, 피로감이나 두통 등 감기몸살 기운이 전혀 없어 좋다. 또한 나머지 모두 지극히 정상 컨디션이라 오늘 아침에도 평일과 다름없이 1시간이 넘도록 스트레칭을 하고 몸을 깔끔하게 풀었으니 이따 오후 해 질 녘엔 단단히 마스크를 착용하고는 하루 먼저 접종한 집사람과 손 꼭 잡고 양재천 산책로를 걸어야겠다. 화이자든 모더나든 AZ이든 우리 국민 모두가 코로나 백신을 접종해 마스크 없이 활보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간절히 기도하면서···
지금에야 일 년에 몇 차례밖에 가지 않지만 2년 전까지만 해도 은규를 데리고 무척 자주 들락거렸던 곳이다.
이번에 예약하던 중 지정 병원 명단에서 '튼튼소아청소년과'란 상호가 보이자 얼마나 반갑던지···.
그래서일까? 갈 때마다 은규를 많이 예뻐하던 친절한 간호원과 진료 때마다
친절하면서도 정성을 다해 진료하시던 원장님의 모습이 떠올라
늦으면 놓칠 세라 얼른 접종 병원을 이곳으로 정했는데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