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29.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6월 29일은 쉬이 잊을 수 없는 두 개의 사건이 일어난 날이다.
하나는 1985년 2·12 총선 이후 야당과 재야세력은 간선제로 선출된 제5공화국 대통령 전두환(全斗煥)의 도덕성과 정통성의 결여, 비민주성을 비판하면서 줄기차게 직선제 개헌을 주장하자 전두환 대통령은 1987년 4월 13일 일체의 개헌 논의를 금지하는 호헌조치를 발표하였지만 서울대학교 박종철(朴鍾哲) 학생이 경찰의 고문으로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규모 가두집회가 열리고, 학생과 시민들의 시위가 연일 계속되었다. 26일 전국 37개 도시에서 사상 최대 인원인 100만여 명이 밤늦게까지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그러자 1987년 6월 29일 당시 집권여당 민주정의당(약칭 민정당)의 대표위원이자 대통령 후보인 노태우가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 8개 항의 시국 수습 특별 선언이고,
다른 하나는 1995년 6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던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사건으로 백화점 내부에 있던 종업원과 고객 등 1445명이 죽거나 다치는 대형참사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인한 사망자만 502명에 달했으며 부상자 937명, 실종자 6명이 발생했다. 국내에서는 단일 사건 최대 인명 피해로 기록되었으며, 추정 재산 피해액은 2700여 억 원이었다.
그런데 2021년 6월 29일 오늘, 또 하나의 큼직한 정치 이슈가 생긴 날이다.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현 정권의 검찰 수장이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오늘 공식적으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지금의 문재인 정권을 '내로남불 정권', '국민 약탈 정권'으로 규정하면서 부패하고 무능한 현 정권의 집권 연장을 막고 정권 교체를 위해 내년 3월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며칠 전 신문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권 도전 출정식이 6월 29일 오후 1시에 진행될 예정이라는 기사를 읽을 때는 내 기분마저 들뜨는 것 같았다. 게다가 출정식의 장소가 '매헌 기념관'이라 더 좋았다. 매헌 기념관이 위치한 '시민의 숲'이 내가 사는 양재동에 있는 데다 '코로나 팬데믹'이 만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구립 헬스장이 문을 닫은 작년 3월부터 지금까지 내가 개인 헬스장처럼 이용하는 곳이고, 시간 또한 운동을 마치는 시간과 거의 비슷해 나도 참석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응원하리라 마음먹었다. 평소처럼 9시 반쯤 집에서 나와 양재천과 시민의 숲 숲길을 걸은 다음 시민의 숲 체육공원에서 근력운동까지 마친 후 행사장으로 가면 딱 맞겠다 싶었다.
사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나는 '윤석열'이란 검사를 싫어했다.
지난 보수 정권 시절, 늘 좌파세력의 편에서 우파를 사사건건 괴롭히는 듯 보였고, 보수 우파들의 失政 또는 잘못을 침소봉대해 수사하고 처벌하는 듯 보여 더 싫었다. 현재의 좌파 세력들이 집권하자마자 아니나 다를까 역시 그렇구나 싶었다. 부장급 검사에서 일약 서울 중앙지검 검사장이 되고 또 오래지 않아 검찰총장까지 되었으니···
하지만 그의 진면목은 검찰총장이 되고서야 나타났다.
그는 보수 정권 시절에 집권 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았던 것처럼 현 정권에서도 권력자에 아부하기는커녕 법치를 지키려 애썼다. 내로남불의 대명사격 인물 조某가 법무장관에 내정되었을 때 좌파세력의 극단적인 저항이 있었지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의혹과 불법을 낱낱이 파헤쳤을 뿐 아니라 월성원전, 울산시장 부정선거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도 정권차원의 엄청난 압박이 있었음에도 조금도 굴하지 않는 모습은 큰 감동이었다.
현 정권이 들어서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 되었다. 승승장구하던 우리나라가 추락하고 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집권 세력의 公約은 空約이 된 지 오래고, 일자리 줄어드는 나라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줄어드는 기업체의 일자리를 늘리는 경제정책을 펼 줄 몰랐다. 포퓰리즘에 빠져 선심정책과 공무원 수만 늘리느라 나라의 곳간이 텅 비자 이를 채우기 위해 쥐어짜는 가렴주구(苛斂誅求)를 일삼는 탓에 민초와 기업들은 죽을 맛이다. 인구가 5,000만 명인 우리나라의 공무원 수가 8,300만 명 인구의 독일 공무원 수의 2배라니··· 인구수로 대비하면 무려 4배나 되는 셈이니 이게 말이 되는가 싶다. 이런 정치꾼들이 더 집권했다가는 우리나라가 남미 최대 산유국이자 석유 수출량 세계 5위권의 부자나라에서 세계 최빈국이 된 베네수엘라 꼴 되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그럴듯한 사탕발림과 혹세무민(惑世誣民)을 잘해 옳고 그름의 문제뿐 아니라 정의와 불의, 공정과 불공정, 평등과 불평등조차 진영 논리에 갇혀 바라보는 무리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좌파 여당 후보에 맞설 마땅한 대항마가 없어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았었는데···, 1970년 말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이끌던 등소평이 고양이만 잘 잡을 수 있다면 검은 고양이면 어떻고 흰 고양이면 어떠냐며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주창한 것처럼 우리 대한민국도 나라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현 좌파 정권의 재집권을 막는 정권교체만 할 수 있다면,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온전히 지키면서 국민의 삶을 지금보다 행복하게 할 수만 있다면 '金氏'면 어떻고 '李氏'면 어떻고 '朴氏'면 어떠랴 생각했었는데···. 용케도 오늘 6월 29일 국민 약탈 정권의 재집권을 막는 것은 물론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지키겠다는 걸출한, 그것도 현 정권에서 검찰 수장을 맡으면서 온갖 불의에 저항했던 인물이 출사표를 던졌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다. 이걸 보면 애국가의 한 구절처럼 하느님께서 아직까지는 우리나라를 보우(保佑)하고 계신 게 틀림없다.
☞ 가렴주구(苛斂誅求) : 세금을 가혹하게 거두어들이고, 무리하게 재물을 빼앗음.
☞ 혹세무민(惑世誣民) :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미혹하게 하여 속임.
오늘 2021년 6월 29일 양재동은 말 그대로 꽃동네였다.
양재천, 여의천, 시민의 숲 등 곳곳에 여름꽃들이 만발한 데다 전국 최대 규모의 꽃시장이 있어
그렇잖아도 꽃이 넘치는 동네인데, 오늘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권 도전을 축하하는 수백 개의 회환들과
26년 전 먼저 떠난 가족의 그리움과 사랑을 담은 꽃바구니들이 우리 동네 시민의 숲을 뒤덮었으니···
올 2021년 6월 29일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선 우리 소망이 이루어지고
2022년 6월 29일에는 오늘 화환의 꽃보다, 오늘 바구니의 꽃보다 더 환한 꽃
방방곡곡 모든 국민들의 가슴과 얼굴에 함박웃음꽃이 활짝 피길 기도하고픈 마음이 솟구치는 날이었다.
원추리, 개망초 등 갖가지의 여름꽃이 한창인 양재천과 시민의 숲
시민의 숲에 들어서자마자 활짝 핀 무궁화가 나를 반겼다.
올 들어 처음 보는 우리나라 꽃 무궁화··· 오늘 활짝 핀 의미는 따로 있을까?
시민의 숲, 梅軒 윤봉길 의사 동상
윤석열 전 총장의 대권 출마 출정식이 파평 尹氏 선조이자
독립투사이신 매헌 윤봉길 기념관에서 열린다는 게 무척 뜻깊을 것 같다.
"丈夫出家生不還"이란 말을 남기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중국으로 떠나 1932년 4월 29일
상해 훙커우공원에서 수통으로 위장한 폭탄을 던져 민족의 별이 된 윤봉길 의사의
뜻을 받들어 조국을 위해 제 한 몸 받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시민의 숲역에서 시민의 숲 입구까지 약 200m의 인도를
전국 각지에서 온 수백 개의 화환들이 가득 매우고 있었다.
행사장에 들어가기 전 발열체크 그리고 명부 작성
발열체크와 명부 작성이 끝나면 생수 한 통과 마스크 그리고 배지
엄청난 인파들이 모여 "윤석열! 윤석열!"을 연호하고···
나도···
길 건너 AT센터 뒤쪽 시민의 숲 남단으로···
26년 전 오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502명이나 유명을 달리하셨다.
오늘 오전 이곳 위령탑에서 26주기 추모제가 있었단다.
늦게 오신 가족들이 26년 전 떠난 가족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
딸과 외손녀의 부축을 받으며 도착하신 할아버지는 먼저 간 아내의 명복을 빌며 향을 피우고···
보기만 해도 눈가를 촉촉하게 만드는
가족들의 애틋한 사랑과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