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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출판 자축연 2024. 12. 14. 토요일12월 4일 마침내 책이 도착했다.도중에 출판사를 교체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견디면서 열 달의 산고를 겪고 출판되었기에 더 소중하게 여겨지는 책이다.출간 소식을 접한 중곡동 사돈과 경기도 광주 사돈을 비롯해 적잖은 친구들이 출판 기념회를 종용했지만 십수 년 동안 썼던 블로그의 글들을 추려 엮은 내 삶의 이야기라 쑥스러움이 앞서는 데다 비상계엄, 대통령 탄핵 등 시국마저 너무 어지러운 날들이라 요란한 출판기념회 대신 우리 가족 아홉만이 오늘 은규네에 모여 별 다섯 호텔의 뷔페가 부럽지 않은(?) 홈파티로 책 탄생을 축하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정신없이 달리다가 어느 순간 묻는다.“과연 행복은 어디에 있는 걸까?” 이 책은 천아할배의 세상 사는 이야기이다. 그.. 더보기
마지막 헌혈 2024. 9. 15. 일요일 어제부터 시작된 연휴 토요일과 일요일의 주말에 사흘 동안의 추석연휴까지 더해졌으니 무려 5일간의 황금연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볼일이 있어 모처럼 찾아간 강남역 인근은 한산하다 못해 낯설기조차 했다. 황금연휴 이틀째로 일요일까지 겹쳤는데도 평소라면 어깨를 부딪히지 않고는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젊은이들이 들끓기 일쑤인 강남역 사거리가 휑한 모습이다. 고향에 다니러 가는 부모님을 따라 고향에 갔을까? 연휴 첫날부터 인천국제공항이 미어터지도록 붐빈다는 뉴스가 있더구먼 모두 해외여행에 나선 걸까? 아니면 오후에 나와서 긴 연휴를 여유롭게 즐길 마음으로 늦잠을 자고 있는 것일까? 텅 빈 강남역 사거리의 오전을 두리번거리며 도착한 한 건물의 7층, 연휴 일부를 반납하고 문을 연 .. 더보기
일흔한 살배기의 객기 일흔한 살배기의 객기(2024. 8. 6. 화요일) 열대야가 열흘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는 삼복더위 여느 날처럼 피서 겸 운동이나 할 요량으로 가방을 둘러메면서 집사람에게 물었다. "당신은 센터 언제 갈 거야?" "한의원 갔다 와서 오후에 운동할래요." "한의원 가는 날이구나. 그럼 잘 다녀오슈." 몇 마디 던진 후 대문을 나서는데 레퍼토리 된 지 오래된 집사람의 잔소리 아닌 잔소리가 들려왔다. "제발 운동 좀 줄이소. 이젠 나이도 생각해야지..." 헬스장에 도착해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을 때 진동이 느껴져 손목 워치를 들여다봤더니 카톡알림이 떴다. 선풍기 바람이 시원하게 쉬고 있는 의자에 앉아 폰을 꺼내 들었다. 고향 친구가 보낸 카톡이었다. 어떤 의사가 썼다는 제법 긴 글이었다. 요약하자면, 운동.. 더보기
행복 추가 행복 추가 (2024. 7. 28. 일요일)“시원해?”“네, 너무너무 좋아요”“우리 세은이 몇 살까지 이 할비가 발마사지 해 줄까?”“음...”“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하면 될까?”“아니, 더 오래”“그럼, 고등학생 될 때까지?”“아니 더 오래...”“그럼, 세은이 대학생 될 때까지 해 줄게. 세은이가 지금 초등 3학년이니까, 4,5,6 또 중학교 1,2,3 고등학교 1,2,3 올해 빼고도 9년이네. 할아버지는 지금 일흔한 살이라 세은이가 대학생 될 때면 팔십 살인데 그때도 세은이 발마사지 해 줄 힘이 있을까 모르겠다.”“백세시대인 거 몰라 할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는 운동 많이 하잖아. 지금처럼 매일 운동하시면 백 살까지도 할 수 있어.”  지금은 중학교 2학년인 원준이가 초등 3학년이 될 무렵부터 내.. 더보기
계묘년 크리스마스 선물 2023. 12. 24. 일요일 거실 창밖으로 보이는 근린공원의 모습이 정겨운 아침이다. 독야청청 푸르름을 자랑하던 공원의 老松들이 솔잎마다 눈을 하얗게 이고 있는 모습이 소담스럽다. 어제부터 시작된 3일간의 크리스마스 황금연휴, 지난 3년 동안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찌든 일상을 보내야 했던 우리들을 위해 모두가 잠든 지난 밤새 하늘이 하얀 크리스마스 선물을 뿌린 모양이다. 해마다 이날이면 어김없이 되살아나는 코흘리개 시절의 추억들... 내 고향에는 나이가 백 살이 훌쩍 넘는 교회가 지금도 있다. 웬만한 부잣집이 아니고는 시계가 없어 예배당의 새벽 종소리는 시계 역할을 톡톡히 하던 시절도 있었다. 언젠가 내가 컴퓨터에서 사주를 보던 중 生年月日은 쉽게 입력했으나 生時가 떠오르지 않아 어머니께 물었더니 이렇.. 더보기
나목문학회의 봄 2023. 5. 4. 목요일 오늘따라 더 한적하던 '양재 시민의 숲.' 아니다, 최근 이름이 바뀌었으니 '매헌 시민의 숲'이 갑자기 분산해졌다. 어미닭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병아리처럼 여기저기서 봄소풍 나온 어린이집 아이들이 쫑알쫑알 종알거리며 선생님을 따라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싶더니 10시 30분이 가까워지자 종종걸음으로 모여든 여남은 명의 할미(?) 할비(?)들이 그늘 아래 탁자 위에 쑥떡, 참외, 포도, 토마토, Life is an egg(삶은 계란). 등 먹거리를 차리느라 바삐 움직인다. 오늘은 나목문학회의 2023년 두 번째 모임일. 청록파의 巨木, 박목월 시인의 장남으로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하신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님님께서 강의를 맡고 계시는 서초문화원 '심상 시 창작교실'에서 詩.. 더보기
꿩 먹고 알 먹고··· 2023. 3. 27. 월요일 헬스장 가기 전에 다녀올 요량으로 서초구 보건소에 갔다. 체력진단실을 찾아가 담당자에게 주민등록증을 꺼내주며 말했다. "이벤트 상품 받으러 왔습니다. 열네 번째가 제 이름이던데 14등인 거죠?" "네, 14등 맞아요." 담당자가 내미는 서류의 수령자 난에 이름을 적은 다음 서명을 하면서 물었다. "제가 30만 보쯤 걸어 14등인데, 1등 하신 분은 도대체 얼마나 많이 걸었대요?" 그러자 그 직원은 책상 옆에 배가 볼록한 채 쭉 줄 세워진 쇼핑백들 중 하나를 꺼내 내게 건네주며 말했다. "50만 보 조금 넘어요." "······················" 50만 보란 말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내가 살고 있는 서초구의 보건소에서는 몇 해 전부터 구민들의 건강증진에 대한 동.. 더보기
또 한 해를 보내며··· 2022. 12. 31. 토요일 양력으로 섣달그믐날이다. 지난밤 잠자리에 들 때는 6시에 울리도록 되어 있는 스마트폰의 알람을 끄면서 '내일은 토요일이니 늦잠 좀 자야겠다.' 했었는데 새벽에 절로 눈이 떠져 시계를 확인했더니 6시였다. 몇십 년이란 세월 동안 눈을 뜨게 만든 06시 알람에 길들여진 덕(?)일까? 나이가 들면 새벽잠이 없어진다던데 내일이면 70줄에 들어서는 나이 탓(?)일까? 따뜻한 이불속에서 한 시간만이라도 더 자야겠다 싶어 몸을 뒤척였지만 그럴수록 정신은 더 말똥말똥··· 서너 시간을 헬스장에서 보낸 다음 오후에는 오늘로 예약해두었던 헌혈을 하기 위해 '강남헌혈의 집'으로 갔다. 코로나 때문인지 아니면 고령화로 인해 젊은이들이 줄어서인지 몰라도 지난 10월에 헌혈 때는 조용하던 헌혈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