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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꿩 대신 닭, 아니 청남대 대신 청와대 2022. 11. 5. 토요일 '불과 몇 주 전 만해도 간간이 떨어지더니···' 산들바람에도 우수수 떨어지는 창밖의 플라타너스 낙엽을 보면서 상념에 잠겨 있다가 '아차!' 싶었다. 서둘러 집사람이 챙겨주는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신분당선 '매헌 시민의 숲역'으로 향했다. 11월 5일 사실 오늘은 몇 달 전부터 벼르던 초등학교 동기회에서 총회를 갖기로 한 날이었다. '경북 청도군 매전면 온막리'라는 산골에서 1924년에 개교해 한때는 전교생이 700여 명이나 되기도 했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매전초등학교(학생이 없어 2012년 3월 폐교됨)를 1967년에 졸업한 동기들의 모임이다. 초등 졸업 후 전국 각지로 흩어져 뿌리를 내려 살면서도 해마다 한 번씩은 한자리에 모여 어린 시절로 돌아가곤 했었는데 3년 전.. 더보기
누죽걸산 2022. 9. 20. 화요일 '누죽걸산' 몇 해 전까지는 듣지 못했었는데 코로나19가 기승부리기 시작할 무렵부터 자주 들리는 사자성어다.. 아마도 코로나에 일상을 빼앗긴 데다 팬데믹으로 인해 헬스장, 수영장 같은 실내 운동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사설 및 공설 편의시설 모두가 휴관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거리두기'라는 괴물이 나타나는 바람에 모든 모임은 중단되고 두문불출이 미덕(?)이 되어 방콕하는 탓에 체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사람들이 건강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스스로 다짐하는 신조어가 아닌가 싶다. 漢字를 즐겨 쓰는 이들은 '步生臥死(보생와사)'라고 하지만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뜻이니 이의 줄임말로 순수 우리말인 '누죽걸산'이 훨씬 더 잘 어울린다 싶다. 동의보.. 더보기
치매검사를 받다 2022. 7. 25. 월요일 아침식사를 마친 후 헬스장에 가기 위해 가방을 둘러매는데 집사람이 말했다. "느티나무 쉼터 가야 되니까 오늘 하루 운동 쉬세요." "다음 주로 예약했다며···" "어제 전화가 왔는데, 오늘로 예약한 사람이 취소했다면서 괜찮으면 오늘 오라고 해서 좋다고 했어." "그래····, 나도 가야 되는 거야?" "당근이지···, 당신도 예약했어." 한두 주 전 어느 날이었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더니 먼저 운동을 끝내고 집에 와 있던 집사람이 심각한 표정으로 치매검사를 운운했다. 헬스장에서 돌아와 대문 앞에 섰더니 갑자기 대문의 비밀번호가 전혀 생각나지 않아 내게 전화를 했단다. 서방이란 작자는 전화를 받지 않고···, 아무리 애를 써도 비밀번호는 떠오르지 않아 딸에게 전화를 걸.. 더보기
이삭줍기 2022. 6. 7. 화요일 열흘이 넘도록 시큰거리는 발목이 걱정되기 시작한 아침이었다. 지난주 목요일엔 한의원에서 침을 세 대나 맞은 후 테이핑까지 했었는데도 차도가 있기는커녕 더 불편한 것 같아 은규를 학교에 보내곤 곧장 동네에 있는 마취통증크리닉을 찾아갔다. X-Ray를 촬영한 후 초음파 검사를 받았더니 원장께서는 관절과 인대에 아무런 이상이 없고 근육도 붓지 않았단다. 그러고는 피로가 쌓여도 시큰거릴 수 있다며 한 20일 정도 푹 쉬면서 물리치료와 약을 먹으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낫지 않으면 그때 주사치료를 하는 게 좋겠단다. 20일 동안이나 쉬라니··· 이번 주말엔 이륙산악회 친구들과 얼마 전 개방된 청와대 쪽으로 북악산에 올라야 할 뿐 아니라 매주말마다 산행 또는 둘레길 도보가 예정되.. 더보기
무지개와 햇무리 2022. 5. 10. 화요일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은규를 등교시킨 후 얼마간 얼쩡대다 헬스장으로 향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부분 해제되었지만 헬스장은 여전히 썰렁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오기 전의 이 시간대면 비어 있는 러닝머신이 없었을 뿐 아니라 운동기구마다 열기가 넘쳤는데 헬스장은 오늘도 여남은 대의 러닝머신 중 두어 대만이 땀을 뻘뻘 흘리고 있을 뿐 적막강산이었다. 혈압 체크 후 스트레칭을 간단히 하고는 나도 러닝머신에 올라 TV를 켰다. 예상대로 지상파와 종편 TV 모두가 똑같은 상황을 생방송하고 있었다. 오늘은 대한민국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일 신임 윤석열 대통령은 주민들의 축하를 받으며 영부인과 함께 서초동 자택을 떠나 국립현충원 참배 후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 더보기
나는야 행복한 할배 2022. 4. 28. 목요일공원 벤치에 앉아 학교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2시 30분쯤 되었을까?, 은규가 두 팔을 벌린 채 뛰어와 나를 꼭 껴안았다.책가방은 벗겨 내가 멘 뒤 은규 손을 꼭 잡은 채 점심 메뉴, 비비추와 옥잠화의 차이 등을 이야기하면서 공원을 걸었다."할머니!" 큰소리로 외치며 집에 들어서자마자 은규가 마스크를 벗어던지곤 노래와 춤으로 집사람의 혼을 쏙 빼고 있을 때 나는 혹시 숙제라도 있는지, 내일 챙겨갈 준비물은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싶어 은규의 책가방을 열고 '알림장' 노트를 읽은 후 '주제별 글쓰기'란 노트가 눈에 띄어 펼쳤더니 바로 전날 쓴 글이 있고 그 아래에는 담임선생님께서 남긴 메모가 있었다.............................................[내.. 더보기
자락자족(自樂自足) 2022. 4. 10. 일요일 집사람이랑 벚꽃 만개한 양재천이나 걸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발바닥이 근질근질하기 시작했다. 겨우내 양말 속에 갇혀 지내느라 답답해 죽는 줄 알았는데 오늘처럼 화창한 봄날에조차 가둬 두면 어떡하느냐고···, 오늘 같이 좋은 날씨엔 자기들도 흙냄새 맡으면서 진달래 등 봄꽃들을 보고 싶다 아우성치듯 발가락과 발바닥이 근질거렸다. 흙길이나 걸을 요량으로 아침식사를 마치자마자 집사람이 타 준 커피 한 통과 생수만을 챙겨 배낭을 메고 집을 나와서는 분식집에 들러 김밥 한 줄을 사서 배낭에 넣곤 청계산 옛골행 버스를 탔다. 청계산! 보기만 해도 반가운 산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엄해 야외 운동으로 건강관리를 했던 재작년과 작년엔 한 달에 적어도 한두 번씩은 꼭 찾.. 더보기
선택의 자유 2022. 3. 22. 화요일 간밤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해 아침 식사 중에 폰을 켰다. 제목만 쭉 읽어 내려가던 중 아주 흥미로운 제목 하나가 눈에 띄어 기사를 열었다. 1960년-70년대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로 이름을 떨쳤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아랑 드롱'으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았던 '세기의 미남' 알랭 들롱이 안락사를 결정했단다. 어릴 적부터 그의 어머니가 "만지지 마세요."라고 쓴 종이를 이들 등에 붙이고 다닐 만큼 외모가 남달랐던 '알랭 들롱'이 본인의 죽을 날을 본인이 선택하기로 했단다. 2019년 뇌졸중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그는 안락사가 가능한 스위스에 살고 있으면서 "건강이 더 나빠지면 안락사를 선택하기로 결심했다."는 보도와 함께 자신이 세상 떠날 순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