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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누죽걸산

2022. 9. 20. 화요일

'누죽걸산'

몇 해 전까지는 듣지 못했었는데 코로나19가 기승부리기 시작할 무렵부터 자주 들리는 사자성어다..

아마도 코로나에 일상을 빼앗긴 데다 팬데믹으로 인해 헬스장, 수영장 같은 실내 운동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사설 및 공설 편의시설 모두가 휴관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거리두기'라는 괴물이 나타나는 바람에 모든 모임은 중단되고 두문불출이 미덕(?)이 되어 방콕하는 탓에 체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사람들이 건강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스스로 다짐하는 신조어가 아닌가 싶다. 漢字를 즐겨 쓰는 이들은 '步生臥死(보생와사)'라고 하지만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뜻이니 이의 줄임말로 순수 우리말인 '누죽걸산'이 훨씬 더 잘 어울린다 싶다.

 

동의보감에 '藥보다는 식보(食補) 요. 식보보다는 행보(行步)다.'라는 명언이 있다는데,

'약으로 몸을 補하는 것보다는 좋은 음식으로 補하는 게 낫고, 좋은 음식보다 걷는 것이 더 낫다.' 말이란다.

참, 언젠가 본 TV의  건강 관련 프로에서는 출연한 名醫가 "멀쩡한 노인들도 3개월만 가만히 누워 지내면 아예 거동을 못하게 된다."며 많이 걷기를 권했을 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걷기 운동의 효과'를 검색해보면 '심혈관 건강 개선', '치매예방에 도움', '다이어트 효과', '우울증 해소', '스트레스 해소', '다리 근육 강화' 등 걷기 운동은 거의 만병통치약급 수준이다.

하지만 걸으면 서고 싶고,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아 있으면 눕고 싶어지는 게 우리 인간들의 본성···

기력이 뚝뚝 떨어지는 노년엔 누워 지내면 더더욱 약해져 병들기 십상이라니 이 본성을 타파해야 한다.

억지로라도 걷다 보면 더디나마 조금씩 조금씩 다리에 근육이 붙으면서 활력이 증강하고 삶이 즐거워진단다.

이런 말들을 귀가 닳도록 들어서일까?

나는 많이 걷는다.

아니 많이 걸으려고 애를 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렸던 작년 말까지는 양재천, 시민의 숲 또는 청계산 등 야외에서만 걸었었지만 지금은 평일엔 헬스장에서 보내는 시간 서너 시간 중 한 시간 이상은 반드시 러닝머신을 타고 주말엔 산행을 하거나 집사람과 둘레길을 걷는다.

그러나 가끔씩은 게을러지고 싶어 진다.

하지만 그런 날엔 안중근 의사께서 유묵(遺墨)으로 남기신 유명한 글귀,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아난다.)'를 떠올리면서, 나는 대신 "一日不萬步 跖中生티눈(하루라도 만보 이상 걷지 않으면, 발바닥에 티눈이 생긴다.)" 중얼거리며 생각을 바꿔 운동화 끈을 졸라매곤 한다.

내 스마트폰에는 '트랭글', '삼성 헬스' 등 만보기 역할은 물론 걷기 운동에 적합한 앱 몇 개가 깔려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는 '캐시 워크'란 앱과 삼성화재 다이렉트의 '착!한생활시리즈-착!한걷기'란 앱은 아주 효자다.

'캐시 워크'란 앱은 100걸음씩 걸었을 때마다 1포인트씩 제공한다. 하루 최대한 받을 수 있는 포인트는 100포인트밖에 되지 않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열심히 걷다 보면 매월 3,000포인트씩 쌓여 1년이면 36,000포인트가 넘는데 이 포인트는 GS25, CU, 세븐일레븐 같은 편의점이나 메가박스, G마켓, 일부 음식점 등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 너무 좋다.

지난봄이었나 보다.

나와 집사람이 일 년쯤 쌓았던 포인트로 GS25에서 스포츠 음료 '포카리 스위트'를 십수 병이나 사다 냉장고에 넣어두고는 원준이와 은규가 축구하러 가는 날뿐 아니라 집사람이랑 내가 서울 둘레길을 걸을 때 한두 병씩 가지고 갔으니 이 만한 효자가 또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삼성화재 다이렉트의 '착!한 걷기' 앱 또한 하루 6,000보 이상을 걸으면 30 포인트를 제공하는 데다 월중 누적 걸음이 10만 보씩 늘어날 때마다 보너스로 100 포인트씩을 더 주고 있으니 이 앱 또한 월 2,3천 포인트씩 쌓을 수 있는 데다 이 포인트 역시 편의점 쿠폰으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보험료로 납부할 수 있으므로 열심히 걸으면 건강에도 좋고 공돈도 생기니 일거양득이 아닌가. 

 

오늘은 18,323 보를 걸었다.

평소보다 좀 더 걸은 날이다. 그 덕분일까?

오늘은 '캐시 워크'에서 주는 100 포인트는 물론, '착!한 걷기'에서 기본 30 포인트에 100포인트의 보너스까지 받았다.

게다가 금년 들어 서초구 보건소에서 서초구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매월 '1일부터 11일까지 100,000보 걷기(1일 최대 15,000보까지만 인정)' 이벤트를 실시하면서 목표 달성자 중 수십 명을 추천해 당첨자에게 건강관리에 도움 되는 선물을 주고 있는데 나와 집사람은 첫회부터 참여해 매달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행운은 일방적이었다. 집사람은 추첨에서 한 번도 빠짐없이 당첨된 반면 나는 매번 떨어졌다. 그런데 이번 9월엔 집사람과 함께 나도 당첨되어 오늘 선물을 받아왔으니··· 

정말 꿩 먹고 알 먹기다.

매일매일 포인트가 쌓일 땐 '하루 종일 땅 파 봐라 10원짜리 한 장 나오나.'란 말이 있을 만큼 일 원짜리 동전 한 닢조차 귀하디 귀했던 어린 시절 일 원짜리 동전 몇 개 주워 돼지 저금통에 넣는 기분이고, 보너스 포인트에 이벤트 선물까지 받은 오늘 같은 날은 고스톱으로 치자면 바닥에는 국화(9월) 열 끗과 똥광(11월)이 깔려 있었지만 손엔 똥(11월)은 없고 국화(9월) 껍데기만 있어 국화 피로 국화 쌍피(열 끗)를 때린 후 뒷장을 뒤집었더니 똥 쌍피가 나온, 즉, 1타에 1광 4피가 된 기분이다. 

 

오늘 걸은 걸음 수는 18,323보로 13.41km쯤 걸었단다
서초구 보건소에서 실시한 '9월 걷기' 이벤트에 당첨되었다는 문자

지난 7월 한 달 동안엔 384,469를 걸었으니 일평균 12,402보

지난 8월 한 달은 423,956 걸음을 걸었으니 일평균 13,676보

 

지난 1년 동안(21.10.1.∽22.9.20.) 걸은 걸음 수는 3,988,780보로 일평균 11,236 걸음

이것을 km로 환산하면 하루에 8.4km, 1년 동안 3,066km를 걸었던 셈이다.

 

이번 '9월 걷기' 이벤트에서 당첨되어 받은 선물

지금까지 집사람이 서초구 보건소의 걷기 이벤트에서 받은 선물은

케켈운동기구, 요가 매트, 저주파 치료기, 디지털 줄넘기 등 무척 많은데

이번엔 집사람과 내가 함께 당첨된 덕분에 한쪽 무게가 0.5kg인 손목 중량 밴드를 2세트나 받았으니

이번 주말 야외에서 걸을 땐 중량 밴드를 양 손목에 차고 걸어야겠다.

영영 눈 감기 직전까지의 건강 소원을 꾹꾹 눌러 담아 

 "一日不萬步···" 하는 대신 "누죽걸산! 보생와사!" 

외치며 양팔을 힘차게 흔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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