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18. 목요일
희망을 보는 기분이었다.
일 년 내내 보고 싶었던 정경이었다.
보면 볼수록 반가운 모습이라 넋 놓은 채 한참을 바라보았다.
나뭇가지가 무겁도록 달린 목련 꽃봉오리들이 하나씩 둘씩 하얀 꽃잎을 활짝 벌리기 시작한 오전 시간.
친구와 점심 약속이 있는 날이라 평소에 하는 양재천 걷기 등 오전 운동을 포기하고는 여러 가지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어 있는 아파트 앞 근린공원 체력단련장에서 평행봉이나 할 요량으로 공원에 들어섰다. 인조 잔디 축구장 옆을 지나가는데 아이들 소리가 들리는 듯해 고개를 돌렸다. 겨울 내내 아니 일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코로나가 폐장시키다시피 한 탓에 늘 입을 꾹 다문 커다란 자물쇠들을 매달고 있던 출입문들이 목련꽃처럼 입을 활짝 벌리고 있었고, 항상 텅 비어 있던 축구장 안에서는 이십여 명의 어린이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 인조 잔디 구장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나란히 위치한 매헌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쓰이고, 주말과 평일 오전 9시 이전, 오후 4시 이후엔 주민 등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시설이기에 지금 이 시간이라면 매헌초등학교 학생들이겠다 싶어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약 스무 명의 남녀 학생들이 띄엄띄엄 두 줄로 서서 훌라후프로 줄넘기를 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인 듯 보이는 두 분이 학생들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매헌초등학교 학생들이 틀림없다 싶었다.
아이들의 덩치를 봤을 땐 고학년의 체육시간인 듯했다.
실내에 갇혀 지내다 확 트인 운동장에서 뛰고 있으니 엄청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여느 때처럼 모두가 마스크로 입을 막은 채 줄넘기하고 있었으니··· , 그 모습이 얼마나 안쓰럽던지···
그렇지만 어쩌랴, 백신 접종이 시작되긴 했지만 아직도 결혼식장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사진을 찍는 상황인데···
그래서일까? 열심히 줄넘기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더 보기 좋았는지 모른다. 그들을 한참 보고 있자니 우리 은규와 원준이도 이젠 체육시간이 되면 저 아이들처럼 이 운동장에서 수업을 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면서 원준이와 은규에게 체육시간이 언제인지 물어 체육수업이 있는 날엔 만사를 제쳐 놓는 한이 있더라도 꼭 한 번은 구경하리라 마음먹었다.
지금의 코로나 상황들이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은 더욱 간절해지고···
어느새 나는 파란 하늘이 한층 높아질 올가을에는 이 인조 잔디 축구장 하늘에 만국기가 펄럭이길 기도하고 있었다.
가을 햇살 좋은 올가을 어느 날이 눈에 보이는 듯 떠올랐다. 작년에 하지 못한 운동회 몫까지 더해 두 배로 즐거운 매헌초등학교 운동회가 열리고, 펄럭이는 만국기 아래에서 뛰고 달리는 외손자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꽃잎을 활짝 여는 목련처럼 희망과 행복이 가슴 가득 부풀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