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26. 토요일
눈 뜰 때까지만 해도 예정대로 매 주말마다 그러하듯 아침 식사 후 옛골로 가서 청계산에 오르리라 마음먹었는데
막상 식사를 마치자 밤새 따뜻했던 침대 속이 그리워지면서 게으름 피우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기어나오고
엉덩이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집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랑 어제 저녁, 식사하러 와서는 늦은 시간까지
지칠 줄 모른 채 TV에 나오는 방탄소년단을 따라 춤을 추고 간 원준이와 은규의 재미나고
사랑스러웠던 모습을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10시를 훌쩍 넘은 시간.
그래 잘 됐다 싶었다.
며칠 전 대한적십자 혈액관리본부로부터 받았던,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헌혈이 급감해 비축 혈액량이 거의 없다며 헌혈을 당부하는 문자와 지금까지 49회 헌혈로 1회만 더 참여하면 헌혈유공자로 '금장'을 수상하게 된다는 카톡이 떠올라
오늘은 양재천과 시민의 숲에서 운동을 한 후 헌혈을 하고, 올 마지막 산행은 내일 하리라 마음 바꾸곤 집을 나섰다.
양재천 산책로를 약 10km 걸은 후 시민의 숲에서 역기로 근력운동을 마쳤더니 어느덧 오후 2시.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 점심 식사를 한 다음 「헌혈의 집 강남센터」로 Go Go
헌혈에는 전혈헌혈, 혈장성분헌혈, 혈소판성분헌혈, 혈소판혈장성분헌혈 등 이렇게 4종류가 있다.
전혈헌혈은 몸속 피의 원액을 그대로 뽑는 헌혈로 1회에 320cc∼400cc의 피를 뽑는데 헌혈할 수 있는 최단 주기는
2개월에 1번씩이지만 1년 동안 최대로 할 수 있는 횟수는 5번이다. 반면에 혈장, 혈소 등 성분헌혈은 말 그대로 핏속의
특정 성분만 채혈하고 나머지 성분은 헌혈자에게 되돌려주는 헌혈 방식으로 1년 동안 최대로 할 수 있는 횟수는
혈장성분헌혈은 26회까지, 혈소판성분헌혈과 혈소판혈장성분헌혈은 한 달에 두 번씩 24회까지다.
먼저 인터넷으로 문진표를 작성 및 제출
헌혈은 만16세∼ 만69세의 나이로 男일 경우 체중 50kg이상, 女일 경우 체중 45kg이상일 때 가능하다.
하지만 65세 이상인 사람의 헌혈은 60세부터 64세까지 헌혈한 경험이 있는 者만 할 수 있다.
그리고 헌혈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즉 헌혈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귀국 후 최소 1개월은 지나야 헌혈을 할 수 있는데 국가에 따라서는 귀국 후 1년까지 헌혈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또한 감염병 치료, 건선 치료제,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여드름 치료제 등 헌혈금지약물을
복용하는 경우에도 상당기간 헌혈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전날 과음한 경우와 당일 컨디션이
무척 좋지 않은 경우에도 헌혈이 불가능한 걸 보면 헌혈 후 받는 헌혈증은
건강함을 증명하는 증표이자 건강관리까지 잘 하고 있다는
확인서임에 틀림없지 않을까 싶다.
내게는 좀 여유가 있어 나눈 피가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
아니 어쩌면 귀중한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한지 모른다.
게다가 헌혈할 때마다 채혈한 혈액에 대한 검사 결과로 간수치와 총단백 등
총 11개의 항목 수치를 확인할 수 있고, 정기 헌혈자에겐 콜레스테롤,
요소질소 등 4개 항목에 대한 추가 검사를 해주고 있으니
헌혈은 꿩도 먹고 알도 먹는 격이다.
이런 헌혈의 행복
더 많은 사람들이 누렸으면 좋겠다.
전혈 헌혈로 400cc 채혈 중
헌혈유공장[금장]
만년필, 불루투스 이어폰, 과자, 헌혈증 등
한 번 헌혈에 선물이 이렇게나 많다.
내가 헌혈을 하게 된 동기는 예비군 훈련을 갔다가 훈련이 싫어서 헌혈버스에 올랐던 것 같은데···
그런데 좀 이상하다. 적십자사에서 출력한 「헌혈확인증명서」에 기록된 첫 헌혈일은 1992년 11월 20일이다.
1992년이라면 내가 만 38세였는데···, ??? 병장으로 제대한 내가 이때도 예비군이었단 말인가?
내 기억이 틀린 걸까? 아니면 내 첫 헌혈증의 발급은 手記였으니 헌혈증 수기발급 시절의 기록은 빠진 것일까?
아무튼, 2012년 12월 19일에 30회 헌혈로 헌혈유공장[은장]을 받았고
8년 지난 오늘은 50회로 헌혈유공장[금장]이란다.
10년이면 되는 것을 28년이나 걸린 셈인데···
하지만, 50회 모두를 전혈로만 하면서 헌혈 때마다 2홉들이 소주 1병보다 조금 많은
400cc씩을 뽑아냈으니 그 동안 헌혈로 내 몸을 떠난 피의 양은
400cc × 50회 = 20,000cc
인체의 혈액량은 대략 몸무게의 0.08이라니까,
몸무게 70kg인 나의 평소 혈액량은 약 5.6리터이다.
그럼 내 몸속의 묵은 피를 4번 가까이나 새 피를 만들어 몽땅 교체한 셈이니
지금 내 몸속 흐르는 피는 어느 누구의 피보다 싱싱하지 않을까 싶다.
이젠 내가 헌혈할 수 있는 만 69세까지 남은 날들은 약 33개월
이 날들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한다 해도 할 수 있는 헌혈은 기껏 14∼15번 뿐이다.
33개월 지나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헌혈, 남은 열네댓 번의 전혈헌혈을 위해
지금까지보다 더 열심히 건강관리를 하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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