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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놀이터

[詩] 청보리 익어가는 날

 

 

청보리 익어가는 날

 

                                     돌담/석도

 

 

누렇게 청보리 익어가는 날들이면

시네마스코프 총천연색 활동사진이 펼쳐진다.

 

파란 하늘 아래 모락모락 흰 연기 솟아 뭉게구름 되고

보리 까끄라기 더미에선 햇감자 타는 냄새 진동하지만

 

이 보리로 가을까지 견뎌야 하는데···

무명 적삼 도리깨는 뚝뚝 비지땀을 흘리며 애를 태우고

긴 머리를 흰 수건으로 감싼 도리깨는 한숨짓는다.

 

이삭 줍던 철부지 오 남매

도리깨질이 더 재미있다며 겨우 몇 번 토닥이곤

연기 피어오르는 까끄라기 더미 둘러앉아 밀사리 한다.

불 그을린 밀 이삭에 손바닥도 입가도 새까매지자

서로 수염 났다면서 깔깔깔 웃어 댄다.

 

도리깨의 한숨을 들었을까?

팥죽같은 땀이 안쓰러웠을까?

 

따라 웃던 해님이 슬그머니

뭉게구름 뒤로 얼굴 숨긴다.

 

(2021. 6. 5.)

 

밀사리 : 밀 이삭을 불에 그을려 먹는 것. (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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