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 봄
돌담/이석도
양지바른 둔치에 나란히
세 할머니 쪼그리고 앉아
쑥을 캐고 있다.
마른 풀잎 사이
조그만 칼날 번쩍일 때마다
까만 비닐봉지 입을 벌린다.
칼질보다 바쁜
할머니들의 웃음소리
뚝방 너머 솟아오른 빌딩은
고향에 두고 온 鳥來山이 되어
빙그레 웃으며 내려다보고
강남대로 자동차들은
밭 가는 어미 소 되어 음매음매
품 떠난 새끼 보고파 운다.
파마머리 하얀 봄 처녀 셋
비닐봉지 넘치도록
연분홍 추억을
캐 담고 있다.
(2020.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