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돌담/이석도
그분께서는 다 내려다보고 계셨을 게다.
잠시 빌렸을 뿐인 곳을 마구마구 파헤치고 있는 우리들을
당신께서 애써 꾸민 정원에서 마음대로 나무를 뽑아내고 물길까지 바꾸는 우리들을
당신께서 사랑하는 동물들을 함부로 죽이고 때론 천적까지 만들어 몰살시키고 있는 우리들을
그대로 두면 머잖아 풀 한 포기도 자라지 못하는 황무지가 될 것 같아 걱정하셨을 게다.
못 본 체 지내면서도 한 번쯤은 우리에게 경고라도 하고 싶으셨을 게다.
시험 삼아 개미 약 비슷한 것을 만들어 바늘 끝에 살짝 묻혔을 게다.
그러다 우리 발길 흔한 곳에 점을 찍듯 발라 놓으셨을 게다.
그분께서는 절로 터져 나오는 쓴웃음을 참지 못하셨을 게다.
젤처럼 생긴 약을 길목에 발라 놓으면 오고 가며 몸에 약을 묻힌 채 제 집을 들락거리느라 집 안의 가족과 친구들까지 다 죽게 만드는 개미처럼 당신께서 발라 놓은 그것을 제 몸에 묻혀 온 세계 구석구석 나르면서도 만물의 영장이라며 잘난 척 으스대는 우리들의 모습에···
지금쯤 그분은 빙그레 웃으실 게다.
윙윙거리는 벌떼처럼 가빴던 우리들의 발길이 잦아들자
마스크 없이는 제대로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곳의 공기가 맑아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무서워 꼭꼭 숨어 있었던 동물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걸 보면서
보이지 않던 바닥이 보일 만큼 맑아진 강물에 사라졌던 물고기들이 돌아오는 걸 보면서
이제야 지난날에 저질렀던 잘못을 깨닫고는 땅을 치며 후회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하지만
이젠 그분께서는
잘못을 뉘우치는 우리들이 조금은 가엾고 안쓰러울 게다.
마음을 바꿔 곧 바늘 끝에 발라 놓았던 것을 말끔히 닦아 버리실 게다.
(2020.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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