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이제야 알았다
돌담/이석도
양팔을 벌려도 닿지 않을 만큼 뚝 떨어져 걸어도
앵두처럼 예쁜 입술까지 숨겨야 하는
세상이 되고서야
길을 걷다 낯선 사람과 어깨를 부딪쳐도
하얀 이빨 내보이며 씨익 한번 웃어주면
그만이었던 날들이
행복이었음을.
봄꽃 만발한 4월
하얀 벚꽃 흐드러진 양재천 산책로조차
마음대로 걸을 수 없게 되어서야
새들의 배설물이 눌어붙은 시멘트 길까지
마음 편히 걸어도 괜찮았던
날들의 삶이
행복임을.
내가 찾는 행복은
유토피아를 꿈꾸는데 있기보다 日常,
때론 베란다 난간에 매달린 실외기에 눌어붙은
비둘기 똥을 긁어내는 귀찮고
성가신 일에도 있었다.
(2020.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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