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詩 놀이터

[詩] 아버지의 빵 아버지의 빵 -이석도- 가난한 아버지의 꿈은 자식들 배불리 먹이는 것이었다. 비스듬히 누운 산기슭에 지문을 묻으며 뽕나무를 심고 감나무를 심으셨다. 해마다 아버지의 뽕나무엔 주렁주렁 하얀 누에고치가 열리고 감나무에서는 빵들이 빨갛게 익어가곤 했다. 아버지 땀 먹고 자란 오남.. 더보기
[詩] 내리사랑 내리사랑 -이석도- 내 앞에 잘 차려진 피로연 음식들 게눈 감추듯 사라진 지 한참이나 됐지만 손대지 않은 채 남겨진 떡 세 개 잔칫집 다녀오실 때마다 반쯤 남겨 온 나무 도시락 열어 고기 몇 점 내 입에 넣어주며 눈길 가득 사랑 담으시던 할머니 창피하다며 말리는 내 입 밀어내시곤 손.. 더보기
[詩] 마른장마 마른장마 -이석도- 배롱꽃이 다 지도록 왜 이렇게 애만 태우는 걸까. 오는 길에 밟겠다며 하늘 가득 때 묻은 목화솜까지 뿌려 놓더니… 배배꼬여가는 어린모를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농부 마음을 숯검뎅이로 만드는 네 심보가 어찌 그리 내 님을 닮았더냐. 그래도 내 님은 내, 목 빼고 기.. 더보기
[詩] 곡비 곡비 돌담 이석도 앙증맞은 책걸상은 옛 모습 그대로인데 굳게 닫힌 교문 앞의 까만 비석이 낯설다. 교적비 매전초등학교 1924년 9월 19일 개교 졸업생 4,207명 배출 2012년 3월 1일 폐교 아이들 발자국 지워진 운동장은 잡초가 차지하고 덩그런 교실마다 먼지 뽀얀 책걸상들은 말문 닫은 채 손 잃은 몽땅 분필이 쓰다 만 칠판 낙서 읽고 있다. 교적비도 묘비일까? 사천 명 넘는 졸업생들의 슬픔이 하늘에 닿았을까? 100살 된 느티나무 꼭 부둥켜안은 매미 텅 빈 운동장을 내려다보며 맴맴 스르르 맴맴 스르르 목 놓아 울고있다. (2018. 6. 22.) *곡비(哭婢) : 장례 때 상주를 대신하여 곡하던 계집종 더보기
[詩] 해감 해감 -이석도- 시장에서 사온 바지락 물에 담그고 소금 한 움큼 뿌렸다. 바스락바스락 온몸을 비틀며 모래 찌꺼기 뱉어내던 바지락 입을 삐쭉거리며 나를 빤히 쳐다본다. 개펄 흙조차 다 뱉도록 하면서 사람들은 왜 온갖 더러움까지 다 삼키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듯이. (2018. 6. 23.) 더보기
[詩] 사랑의 무게 사랑의 무게 - 이석도 - 근(斤)은 무게의 단위 과일이나 채소의 한 근은 375그램 고기나 한약재의 한 근은 600그램 소중할수록 한 근은 무거워지나 보다. 그럼, 아내 사랑하는 내 마음 한 근은 몇 톤이나 될까? (2018. 6. 20.) 더보기
[詩] 그 나물에 그 밥 그 나물에 그 밥 - 이석도 - 과일을 사러 마트에 간 아내 윗부분만 잘 보이는 딸기 상자들을 연신 들었다 놓는다. 번지레하고 싱싱하게 보여 구입했지만 아래쪽엔 상한 게 적지 않았던 기억 때문일까 이 상자 저 상자, 저울질하고 있다. 그게 그거 같구만… 귀한 듯 배달된 두툼한 우편물 .. 더보기
[詩] 넥타이 그리움 - 이석도 - 며느릿감 고르는 엄마들만치나 까다로웠을 내 아내 마음 사로잡아 우리 집 와서는 사랑 독차지한 애첩처럼 내 목에 매달려 춤추던 그대 내 평생직장 떠나던 날 나를 위로하곤 임 잃은 후궁이 별처(別處)에서 지내듯 옷장 속으로 들어가 어둠 묶고 있더니 옷장이 열릴 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