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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 사돈들

봄소풍

2019. 4. 7. 일요일

하늘이 파란 속살을 드러냈다.

봄볕까지 적당히 좋아 야외활동하기 딱 좋은 날이다.

원준, 은규, 세은이를 태워 집사람과 함께 차를 몰고 집을 나섰더니 시민의숲 양재천변이 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러지 않았었는데 하루아침에 벚꽃이 만개했다. 금요일부터 시작되었지만 짓궂은 날씨 탓에 고전했을 ‘양재천 벚꽃 燈 축제’도 오늘은 벚꽃이 만발한데다 날씨까지 무척 좋아 다행이다 싶었다.

뒷자리에서 세 손주들이 쉼 없이 재잘거리는 소리를 노래로 삼고, 도로변 갖가지의 꽃들과 파릇파릇 모습을 드러내는 새싹들의 연둣빛에 봄을 온몸으로 느끼며 복정역과 위례 신도시를 지나 들어선 남한산성 산복도로.

개나리와 진달래가 우리를 반겼다.

남한산성으로 오르는 차도 양옆을 노랗게 물들인 개나리랑 군데군데에서 활짝 웃는 모습의 분홍 진달래는 보는 이의 마음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래서 ‘봄바람’이란 말이 있구나 싶었다. 그런데 기대했던 벚꽃은 보이지 않았다. 오는 내내 산 아래 곳곳에서는 벚꽃이 만발했더구만, 산복도로 변의 그 많은 벚나무는 꽃봉오리만 잔뜩 매달았을 뿐 족히 일주일은 더 기다려야 한창일 것 같았다. 산 아래와 높이의 차이라 해봐야 기껏 2,3백 미터일 텐데 이처럼 늦어지다니…,

자연의 예민함이 놀라웠다.

마침내 도착한 로터리 부근의 음식점 주차장.

먼저 도착해 기다리시던 광주 사돈 내외분이 우리를 반겼다.

차에서 내린 원준과 세은이가 쪼르르 친할아버지, 친할머니께 달려가서 고개 숙여 인사를 하자 은규도 얼른 따라가더니 90도로 배꼽인사를 한다. 잠시 뒤 중곡동 사돈 내외분이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이번에는 은규가 “할머니∼”하면서 친할머니, 친할아버지께 쪼르르 달려가 정중히 인사를 하자 원준과 세은이가 90도 배꼽인사를 하고…

 

오늘은 사돈들과 봄소풍 가는 날.

담소를 나누며 남한산성을 가볍게 한 바퀴 돈 다음 점심을 같이하기로 한 날이다.

종전에는 어른들끼리만 하던 나들이였지만, 이번에는 특별손님을 모신(?) 것이다.

내게는 외손주지만, 경기도 광주 사돈께는 친손주들인 원준과 세은, 그리고 중곡동 사돈께 친손자인 은규가 오늘 소풍에 따라온 덕분에 양 사돈 내외분들의 얼굴에도 봄꽃이 만발했왔으니 진짜 봄소풍다운 봄소풍이 될 것 같았다.

남한산성을 자주 찾으시는 광주사돈께서 가이드역을 맡으셨다.

남문쪽에서 올라 서문과 북문을 거쳐 내려오는 코스로 4km 남짓 된단다.

초등 3학년인 원준이야 남한산성을 할아버지랑 여러 번 올랐기에 걱정 되지 않았지만, 7 살배기 은규와 5 살배기 세은이는 아무래도 조금은 무리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산길에 들어서자마자 세 놈들이 서로 앞장서겠다며 야단이었다.

오랜만에 흙을 밟는 강아지마냥 뛰어다녔다.

넘어질까 염려하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염려는 아랑곳없다는 듯 신이 났다.


산길에 들어서면서 포즈를 취한 원준, 은규, 세은


배낭을 멘 듯 작은 가방을 멘 은규와 조그만 가방을 어깨에 걸친 세은이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교대로 가운데를 차지하면서 손잡고 걷는 모습은 차라리 한 폭의 그림이었다.

 




수어장대 안내판을 읽으며 역사공부를 하는 원준







수어장대 돌담 아래에서 광주 사돈께서 준비해 오신 과일 등으로 간식




잠시도 가방을 내려놓지 않는 은규와의 대화

"은규야 가방에 뭐 들었어? 먹을 거 있어?"

"아뇨. 바지랑 손수건만 있어요."




산성에서 마시는 막걸리


얼마나 시원하고 맛나던지…  


한 번도 안기지 않고 완주한 송은규와 정세은

조금은 피곤한 듯

남한산성 행궁 입구에서의 정원준




봄소풍의 마무리는 요렇게 맛난 먹을거리로

손주들과 함께한 2시간여의 산행은

맛난 음식에는 맛을 더하고

오늘이 즐거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가슴엔

더 많은 즐거움과 행복까지 쏟아부었으니


아무래도 요 세 놈들이 우리 사돈모임의 행사에

앞으론 고정 멤버로 초대 받을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둘러본 삼동역 앞 원준네의 신축 건물 공사장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 품에 안겨 잠든 은규

너무 너무 사랑스럽다.

이런 맛에 늙는 것도 행복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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