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13. 일요일
꽤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토요일 중곡동 本家에 들렀던 은규네가 모시고 온 덕분에 처음으로 아들 집에서 주무신 바깥사돈과 함께 신분당선 지하철을 타고 청계산입구역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해 驛舍 밖에서 기다리고 계신다는 광주 사돈을 찾아 2번 출구 밖으로 나갔더니 많은 등산객들이 곳곳에서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모두가 하나같이 등산복 차림에 배낭을 메고 검은 선글라스를 쓴 데다 큼직한 마스크로 입과 코를 가리고 있어 누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가 없어 난감했다. 하기야 먼저 도착해 밖에서 일행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난감하기는 다르지 않을 듯했다. 도착한 지하철에서 내린 사람들이 속속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올라오지만 대다수가 로 눈을 가리고 마스크로 입과 코를 가렸으니 누가 누구인지 몰라보는 것처럼 보였다.
밖의 많은 사람들을 둘러보아도 광주 사돈이 보이지 않았다. 한 번 더 둘러보면서 내가 마스크를 내리자 그때서야 어떤 분이 손을 번쩍 들면서 선글라스를 벗었다. 경기도 광주 바깥사돈이었다.
내 개인적으로야 광주 바깥사돈과는 약 2개월 전쯤 점심을 겸해 약주도 한잔했을 뿐 아니라 4월에 시작한 서울둘레길을 열 개의 코스로 나누어 걷던 중 2코스만이 남았던 8월 중순경엔 중곡동 사돈 내외분과 함께 9번째 코스였던 용마·아차산코스를 걸었었지만 내 두 딸의 친정아버지와 시아버지들로 서로 사돈지간인 우리 셋이 함께 자리를 하는 것은 작년 말 송년회를 겸했던 부부모임 이후 9개월 만이다.
코로나만 없다면 동부인(同夫人)해서 2박 3일 정도의 일정으로 남해안이나 동해안을 한 바퀴 돌기도 했을 테고, 또 해마다 그랬듯이 손주들과 함께 오르는 남한산성 산행도 한두 번쯤은 하면서 남한산성 맛집을 섭렵했을 텐데···
코로나가 만든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씻자며 광주 사돈께서 제안하신 청계산 산행.
오늘 산행코스는 원터골-헬기장-매바위-매봉
청계산에 들어서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 요란한 앰뷸런스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林道로 119구급대 앰뷸런스가 경광등을 번쩍이며 내려오고 있었는데
아마 산행 중 부상을 당한 사람이 생긴 모양이었다.
제발 큰 부상이 아니길···
'코로나'란 놈이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이다
청계산 중턱에 있는 쉼터의 정자까지 꽁꽁 묶여 있었다.
잠시 쉬기도 하면서 올랐지만 집사람과 안사돈들이 없으니
헐렁한 옷을 입은 듯 편하면서도 허전함이 있었다.
세 부부가 함께 산행할 때면 쉴 때마다 갖가지
먹거리가 푸짐했었는데····
청계산 돌문바위
돌문바위를 통과하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니
중곡동 사돈께서는 분명히 은규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을 터이고
광주 사돈께서는 원준이와 세은이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을 게 틀림없으리.
청계산 충혼비
1982년 6월 짙은 안개의 청계산 상공에서 군 작전 중 비행기 추락으로
순직한 특전용사 53인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한 비.
조국에 모두를 바친 님들께 묵념 후 찰깍
드디어 도착한 청계산 매봉
매봉에서 기념사진 촬영 순서를 기다리는 등산객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임에도 엄청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았다.
코로나의 기세가 쉬이 꺾이지 않는 요즘 산행이 가장 안전한 야외활동인 줄 알았는데
최근 몇몇 산악회의 산행에서 적잖은 확진자들이 발생하고 있다니 걱정이다.
사돈들 덕분에 정상주도 한 잔씩···
오늘 매봉 산행도 맨발 임무 완수
시원한 계곡물에 피로를 씻으면서 산행 중 발견한 영지버섯과 잔나비 걸상버섯도···
오늘의 하이라이트
자식을 나눈 사돈지간의 산행 후 한 잔은 보약 중 보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