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29. (토요일)
나와 함께 집을 나서던 집사람은 쇼핑백을 양손에 하나씩 들었다.
전북 고창으로 귀촌한 친구를 통해 구입했던 국산 햇서리태와 햇녹두를 조금씩 담고
얼마 전 등단한 나의 등단 詩가 수록된 詩 전문지 '心象11월호'를 한 권씩 넣은 쇼핑백이었다.
은규네와 함께 차를 타고 채 20분도 걸리지 않아 도착한
내곡동의 맛집 '아씨뜰 연잎밥 한정식'
먼저 도착해 기다리던 중곡동 사돈이 우리를 반기고…
오늘은 사돈들과 송년회를 겸해 점심식사하는 날.
11월 하순부터 시작되어 며칠 전까지 고향 친구, 학교 친구, 직장 친구,
문학회 등등 열 차례도 넘는 송년회를 가졌으니 이게 무술년 마지막 송년회인 셈이다.
해마다 하고 있는 '사돈들과의 송년회'
큰딸 보라의 시부모님이신 중곡동 사돈 내외분과
작은딸 세라의 시부모님이신 경기도 광주 사돈 내외분
그리고 우리 부부, 6명이 모여 주로 저녁식사를 함께했던 송년회지만
오늘은 사돈들의 제안에 따라 점심모임으로 하면서 그들의 아들과 며느리이면서
내 딸들과 사위들, 그리고 그들의 친손주이면서 내겐 외손주인 은규네와 원준이네를
모두 참석토록 했으니 성인 10명에 아이가 셋, 도합 13명의 大軍(?)이었다.
연잎밥과 정갈한 음식이 맛나기도 했지만 손주들의 재롱이 맛을 더한 듯
그 많던 접시들은 모두가 깨끗이 비워지고, 오고간 몇 잔 술에 내 얼굴에도 단풍이 들 무렵
회비를 관리하고 있는 내가 지금까지의 회비 입출과 15백만원이 넘는 지금의 잔액을 설명했더니
사돈들은 회비 적립의 목표인 해외여행은 못 갔지만 그래도 작년에는 국내여행을 두 차례 다녀왔었는데
올해에는 식사만 몇 차례 했을 뿐 국내여행조차 한 번도 다녀오지 못했음을 아쉬워하면서
2019년, 내년에는 좋은 곳으로 해외여행을 꼭 가잔다.
그런데…
손주들의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일정에다 딸과 사위들의 일정까지
다 살펴보아야 하는 우리 부부에겐 5,6일 간 함께 집을 비우는 게 쉽지 않은 일인지라
내년에는 주말 또는 연휴를 이용한 국내여행에 치중하기로 하면서 자리를 옮겼는데
바로 이웃에 위치한 카페의 분위기가 얼마나 좋던지…
정말 멋진 송년회였다.
집사람이 준비한 서리태와 녹두 그리고 '心象'
아씨뜰한정식의 전경
가장 연장자이신 광주 사돈께서 올 한 해 동안 세 집안 모두 무탈했음에 대한 감사와
황금 돼지해에도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는 소망을 담아 건배를 외치자 "원샷!"
정원준, 정세은, 송은규
아씨뜰한정식에서 운영하는 카페, 카페피노
비닐하우스 안에 쭉쭉 뻗은 대나무가 일품이었는데,
마치 한적한 대나무 숲속에서 차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우리 부부가 다가오는 구정연휴를 이용해 은규네와 원준이네를 데리고
5박 6일의 크루즈여행을 다녀왔으면 하는데 명절이라 괜찮겠느냐 여쭈자
쾌히 승락하시면서 오히려 회비에서 상당한 금액을 지원하고 싶다는
멋쟁이 사돈들을 간신히 말렸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