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29. 일요일
보름 전쯤 광주 사돈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추석 황금연휴를 이용해 내가 동해안 도보여행을 하는 동안 한 구간만이라도 함께 걸었으면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단다. 기장군청에서 부산역까지 걷는 마지막 구간은 중곡동 사돈이 부산까지 내려가 함께 걸었는데 자신은 하필 그날이 장인의 기일이라 그것마저 하지 못했으니 대신 벌주(罰酒)를 사겠다며 우리 부부와 중곡동 사돈 내외분을 점심에 초대하겠다는 전화였다.
어제도 전화를 하셔서는 기왕이면 당신의 친손자 원준이와 중곡동 사돈의 친손자 은규도 함께 데리고 오라고 하셨다. 나도 진즉부터 그럴 작정이었지만, 정원준과 송은규는 아빠들과 함께 프로 축구 경기를 보러 가기로 했다니 할 수 없이 우리 부부만 집을 나섰다.
경기도 광주시의 통보장어마을
광주 사돈 내외, 중곡동 사돈 내외 그리고 우리 부부.
사돈지간 또는 사돈의 사돈지간인 우리 6명은 만난 지 두 달도 안되어 또 한자리에 앉았다.
내 팔뚝보다 굵어 보이는 민물장어가 석쇠에 올라 꼬리를 팔딱이고, 광주사돈께서 직접 농사지어 담근 오디주가 담긴 술병은 우리 사이를 나풀나풀 날아다니면서 자신의 속을 비우기 시작했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민물장어의 고소함보다 더 고소한 할머니들의 손주이야기는 끝날 줄 몰랐다.
내 외손자가 그들의 손자이고, 그들의 손자가 내 외손자이니 싫증 나는 손자자랑, 손자이야기란 있을 리 만무했다.
손자자랑, 사위자랑, 며느리자랑 주고 받으며 먹는 장어는 또 어째 그렇게 맛있는지 모두들 젓가락질을 쉬이 멈추지 못하고 있을 때, 제일 연장자이신 광주사돈께서 건배를 외치면서 내게 이번 동해안 도보여행의 의미와 보람을 물었다.
나는 몇 주 전에 걸었던 동해안의 절경과 에피소드를 먼저 이야기했다. 그러고는 나의 13일간 도보여행 완주가 내 사위와 딸, 손주들에게 도전에 대한 두려움 대신 철저히 준비하고 열정을 다한다면 무엇이던 능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등 적잖은 긍정적인 면과 준비하면서부터 체력을 증진시킴으로써 훨씬 좋아지는 건강, 도전에 나선 나를 염려하고 응원하면서 훨씬 몸집을 키운 가족사랑, 하루 종일 걸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 완주에 대한 성취감과 자존감, 특별한 경험과 도전을 후일 멋진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생생한 사진과 글로 남기는 기쁨 등을 이야기하고는 이번 도보여행에서 남겨 둔 「속초↔고성」 50여 km의 구간은 내년 10월에 집사람과 함께 걸을 작정이라고 말하자 두 사돈의 내외분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때는 세 부부팀이 함께 걷잔다.
점심 먹는 두 시간으로는 헤어지기 아쉽다며 행궁을 걸으며 가을을 만끽하기로 뜻을 모으고 남한산성으로…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남한산성면사무소를 거쳐 오전리 농산물 직거래장터를 조금 지나서는 차가 꼼짝을 하지 않는다.
100m를 가는데 10분은 걸리는 것 같았다. 이렇게 가다가는 행궁까지 가기도 전에 해가 떨어질 것 같았다.
단풍놀이 온 사람들 때문일까? 교통사고가 난 걸까?
무슨 일일까?
오후 5시에 남한산성에서 열리는 모 정당의 지역행사에 참석하는 차들 때문에 막힌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더는 갈 수 없다는 판단으로 불당리 좀 못 미친 곳의 공영 주차장에 차 3대 모두를 세워두고는 불당리 계곡을 걸었다.
울긋불긋 곱게 물든 나무들이 빼곡한 계곡과 곳곳에 핀 여러 가을 꽃들은 가을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볕 좋고 쉬기 좋은 곳 있으면 자리잡고 앉아 마시자며 광주 사부인께서 보약차(?)랑 과일까지 준비해 오셨지만 좋은 자리마다 카페가 아니면 펜션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니 아무리 올라도 마땅한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바람은 조금씩 조금씩 차가워지고…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 안을 카페로 삼아 마시는 차는 정말 보약이었다.
보약차를 마시고 맛난 과일을 먹으면서 우리 절친 사돈 삼총사는 두 가지를 결정했다.
첫째, 2018년 10월 중 「속초↔고성」구간의 도보여행을 함께 걷는다.
둘째, 올 11월 12일(일요일) 1박 2일 일정으로 남해와 사량도로 여행을 함께 간다.
그러고 보니 오늘 광주사돈의 벌주는 행복의 씨앗이었다.
(차 안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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