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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 사돈들

사돈들과의 봄나들이

2017. 3. 1.(수요일)

오전 11시

남한산성 중앙주차장. 

보라의 시댁인 중곡동 사돈 내외, 세라의 시댁인 경기도 광주 사돈 내외 그리고 우리 부부.

이렇게 6명 모두가 다 도착하자 산행을 시작했다. 

한 달 전 내가 오늘의 모임을 주선할 때는 남한산성을 두어 시간 산행한 다음 점심식사를 할 작정이었지만,

광주 안사돈께서 최근 입원을 했을만큼 장염으로 고생을 하셨으니 가볍게 산책만 하고 식당에 가기로 했다.

삼일절의 공휴일에 맑은 날씨여서인지 남한산성을 찾은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겨우내 얼었던 산길이 봄기운을 담은 햇볕에 녹으면서 조금은 질퍽거렸지만 포근해서 좋았다.

오늘도 서울시청 광장과 광화문 광장은 대통령 탄핵 찬반세력들의 집회로 난리통이었다던데…

대통령 탄핵발의로 국론이 완전히 양분된 채 꽁꽁 얼어붙은 국민들의 마음을 녹여줄 봄바람은 언제 불어올까? 

세월이 약이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런 혼란도 시간이 가면 좀 나아지겠지…

뺨을 간지럽히는 바람에 묻은 봄내음과 솔향으로 시국의 어지러움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집사람은 보라의 시어머니이신 중곡동 안사돈, 세라의 시어머니이신 광주 안사돈이랑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나는 중곡동 사돈, 광주 사돈과 함께 걸으며 탄핵시국의 나라 걱정이야기와 세상사를 나누었다.

잠시만 걸을 작정으로 쉬엄쉬엄 걸었는데 어느새 눈앞에 멋진 누각이 나타났다.

수어장대였다.

먼저 사부인들과 집사람의 기념사진부터 한 컷…

누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데 누각 오른쪽에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멋진 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키는 20미터 가까이 될 것 같고, 굵기는 족히 한 아름도 더 될 것 같은 주목(朱木)나무였다.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쳔 년이라는 주목.

그 주목나무 옆에는 돌기둥처럼 생긴 비석 하나가 서 있었는데,

앞면에는 "리대통령각하 행차기념 식수"라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단기  4286년 9월 6일"이라 새겨져 있었다.

이를 보아 이 주목은 이승만 대통령이 1953년 9월 6일 남한산성을 다녀가시면서 기념으로 심으신 나무인 모양이다.

1953년 9월 6일이라면 3년 동안 지속한 한국전쟁을 휴전한 지 겨우 한 달 열흘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때인데…,

이리 급하게 남한산성에 다녀가신 이유는 무엇일까?


1953년 9월이라면 내가 태어나기 꼭 1년 전.

내가 태어난 날보다 겨우 1년 먼저 심어졌으면서도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주목을 바라보면서 잠시 내 삶을 생각했다. 

63년 동안 아름드리로 성장한 주목(朱木)나무처럼 나도 한 가정을 이루고, 두 딸네에 세 명의 손주까지 두고 잘 살고 있으니 내 삶도 주목나무 못잖게 잘 성장한 삶이며, 아름답고 행복한 삶이다 싶었다.

수어장대를 나와서는 벤치에 앉아 사부인들께서 마련해 온 과일과 보약차를 먹고 마시며잠시 휴식.

자연스럽게 오늘 모임의 주 목적이었던 해외여행 이야기가 나왔다. 

두 집 모두 우리와는 사돈지간지만, 광주 사돈과 중곡동 사돈은 그들의 며느리가 한 자매인 사돈의 사돈관계이다. 그런데도 우리 세 쌍은 3여년 전 연말모임을 하면서 함께 해외여행을 가기로 약속을 하고 매월 회비를 적립하고 있었는데 적립금이 벌써 한 사람당 수백만 원씩 될 정도가 되어 지난 연말 모임에서 올 봄에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었다.

그래서 오늘 모임에 참석하면서 각 집에서 괜찮은 날짜와 희망하는 여행지 두 곳씩을 준비해 오기로 했던 것이다.

여행 희망지는 중국, 동남아, 크로아티아, 지중해 크루즈 등이 나왔다.

하지만 우리는 은규를 어린이집에서 하원시켜 데리고 있어야 하기에 집을 오래 비울 수 없는데….

나는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주말을 끼워 5일 간의 여행을 희망했다.

그러자 광주 사돈은 그렇다면 아예 손주들을 데리고 가잔다.

하긴 내 외손주 원준이는 광주 사돈의 친손자이고, 은규는 중곡동 사돈의 친손자이니 데리고 가면 좋겠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되는 원준이야 괜찮겠지만, 은규는 만 4살도 안되었는데….'

결국 손주들은 좀더 자란 뒤에 데려가기로 했다.

여행일은 4월 12일(수)부터 4월 16일(일)까지로 정했다.

여행지는 점심식사를 하면서 확정하기로 하고 중앙주차장에 있는 산성두부집으로 갔다.

'아뿔싸'

식당은 만원이고 하물며 많은 사람들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대기순번을 받았더니 42번이었다.

대기번호를 본 광주 사돈이 다른 식당으로 가자면서 앞장서서 차를 몰았다.

은고개 부근의 보리밥집. 

오랜만에 먹는 보리밥 쌈밥은 별미였다.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을 비우면서 여행지를 확정하였는데 쉽지 않았다.

여행을 많이 다니신 사돈들이라 웬만한 곳은 어느 한쪽이든 다녀온 곳이었다.

마침내 여행지를 정했다.

이번의 여행은 4박5일의 중국 태항산, 

다음 여행은 지중해 크루즈….






남한산성에 있는 5개의 장대 중 유일하게 남아 있으며, 성 안에 남은 건물 중 가장 화려하고 웅장하다. 이곳은 지휘와 관측을 위한 군사 목적으로 지은 누각이다. 인조 2년(1624) 남한산성 축성 때 단층으로 지어 서장대라 불리던 것을 영조 27년(1751) 유수 이기진이 왕명을 받아 이층으로 다시 짓고 ‘수어장대(守禦將臺)’라는 편액을 달았다. 수어장대 2층 내부에는 ‘무망루(無忘樓)’라는 편액이 달려 있었는데, 병자호란 때 인조가 겪은 시련과 8년간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다가 귀국하여 북벌을 이루지 못하고 승하한 효종의 원한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영조가 지은 것이다. 현재 무망루 편액은 수어장대 오른편에 보호각을 지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보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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