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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 사돈들

절친 사돈들의 사량도 1박 2일

2017. 11. 12.(일요일) ∼ 11. 13.(월요일)

몇 주 전 광주사돈께서 마련하신 『나의 동해안 도보여행 완주 축하연』

우리 부부,

은규의 할아버지, 할머니이자 내 쌍둥이 큰딸의 시부모님이신 중곡동사돈 내외,

그리고 원준, 세은의 할아버지, 할머니이자 내 쌍둥이 작은딸의 시부모님이신 경기도 광주사돈 내외가 함께했었다.

이 날 민물장어구이로 맛난 점심을 먹은 후 남한산성을 찾았다가 인파에 밀려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차 안에서 따끈따끈한 보약차를 마시며 두 가지를 결정했었다. 첫번 째는 내년 10월쯤에 2박 3일 정도의 일정으로 세 부부 모두가 속초와 고성 간의 해안길을 함께 걷는 것이요, 두번 째는 올 11월 12일 남해 사량도로 1박 2일의 여행을 가는 것이었다.

오늘이 바로 두번 째 약속을 실행하는 날.


6시를 조금 지나 중곡동사돈께서 운전하는 스타렉스는 경부고속도로에 올라 남으로 남으로 달렸다.

뒷자리에 앉은 두 사부인과 내 집사람은 무슨 할 말이 그리 많고 재미있는지 새벽부터 재잘재잘 깔깔깔.

제법 차가운 날씨였지만 차창 밖의 빨갛게 익어가는 남녘 가을산에서 만추(晩秋)의 정취를 듬뿍 즐길 수 있었다.

간간이 자욱한 안개 속의 통영대전 고속도로를 달리다 덕유산휴게소에서 따끈한 만두국, 어묵우동으로 살짝 몸을 녹이고는 또 달려서 마침내 첫 목적지인 남해 원예예술촌과 독일마을에 도착했다.

먼저 원예예술촌으로…

조경수 하나하나, 조형물 하나하나, 외국풍의 건물 하나하나 모두가 예술품이었다. 

한 포기의 풀조차 원예전문가들의 솜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듯 아름다웠다.

꽤 이름이 알려진 여성 탤런트가 직접 운영한다는 카페도 있었다.

원예전문가들이 조성하고 가꾸는 예술촌을 한창 걷던 중 문득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와 유사한 형태의 동호인 전원주택 단지를 만들어 서로 이웃하여 사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나도 손주들과, 또 사돈들과도 이웃하여 살면서 더 자주 어울리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은 독일마을으로

1960년대 어려운 시기에 독일에 광부, 간호사로 파견되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헌신한 독일거주 교포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조국의 따뜻한 정을 느끼며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조성했다는데, 멀리 내려다 보이는 바다와 깨끗하고 예쁜 정원을 갖춘 이국적인 풍경으로 요즘은 남해의 여러 여행지 중 가장 각광 받는 곳 중 하나이란다. 마을 가운데 위치한 한 가게에서 소세지를 안주로 독일 전통 맥주를 마실 때는 모두가 무척 빈곤했던 시절 이역만리 독일까지 가서 젊음을 外貨와 맞바꾸었던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있었기에 한강의 기적이 가능했고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들의 노년이 조금은 더 안락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우리 국민 모두가 힘을 보태는 게 마땅하다 싶었다.

사량도에 들어가기 전에 들러야 할 곳은 아직 하나 더 남았다.

하늘 닮은 바다의 가을을 만끽하며 일주도로를 25km나 달려 도착한 보리암 입구.

산길을 잘 오르던 차가 꼼짝하지 않는다. 일요일 오후인데도 보리암을 찾은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언제 보리암에 닿을까? 이러다 4시 30분에 출항하는 사량도행 마지막 배를 놓치면 어쩌나 싶었다.

사돈들과 상의 끝에 보리암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했다. 오늘은 먼발치의 절벽 위 암자를 향해 머리만 숙일 수밖에…

4시 반에 떠나는 사량도행 막배의 표를 구입해 두고는 중곡동사돈의 삼천포 친구분이 소개해 주신 횟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은 뒤 팬션에서 먹을 횟감 등을 사기 위해 수산시장으로 갔다. 싱싱한 문어와 최근엔 많이 잡히지 않아 귀해졌다는 갑오징어를 산 다음 근처의 마트에서 소주, 과일, 생수 등등을 사서 싣고 여객터미널로 향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량도에서 나오는 배에서는 많은 차량들과 사람들이 내렸다.

그런데 사량도로 들어가는 막배는 텅텅 비었다.

막배에 실린 차는 딱 한 대, 승객은 6명.

우리 팀이 타고 다니는 스타렉스와 우리 팀 6명이 전부였으니 정원이 289여 명이나 되는 큰 배가 완전 전용기인 셈.

우리만을 실은 배가 유람선처럼 쪽빛이 남다른 맑은 남해를 40여 분 노닐자 해가 뉘엿뉘엿 몸을 숨기려 했다.

닻을 내리자마자 서쪽으로 차를 달린 덕택에 우리는 사량도 낙조의 마지막 보습은 볼 수 있었으니 행운이었다.

사량도 섬을 한 바퀴 돌고서 마침내 도착한 대항해수욕장의 단디해펜션.

한 부부가 환히 웃으며 우리를 반겼다.

광주사돈의 고종사촌동생과 그의 아내였다. 그러고 보니 그의 아내는 구면이었다.

3년 전, 내가 서울을 떠나 고향 청도로 가는 천 리 길의 도보여행 중 칠곡에서 광주사돈의 고모를 만나 환대를 받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며느리라면서 기념사진을 함께 찍기도 했지만 길을 떠나는 내게 먹을거리를 챙겨주셨던 바로 그분이었다.

지금은 사량도에 내려와 부부가 함께 단디해펜션을 운영하고 있었다.

사량도에서는 가장 전망이 좋은데다 방이 24개나 되는 펜션이라 성수기에는 정신이 없을만큼 바쁘고 때론 힘이 들기도 하지만 사량도를 찾아와 행복해 하는 여행객들을 보면 같이 행복하고 쌓였던 피로가 싹 풀려 재미있다며 잠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 지리산 뱀사골 부근에 펜션을 또 짓는다고 했다.

광주사돈의 고종동생은 지리산의 공사현장에 있다가 우리를 맞기 위해 오늘 통영의 막배로 사량도에 들어왔단다.

사돈의 동생은 저녁을 대접하겠다며 우리를 식당으로 안내하려 했다.

우리는 점심을 먹은 지 오래 되지 않은데다 또 문어와 갑오징어 등 먹을거리를 많이 준비해 왔다며 사양하였으나 사돈의 동생은, 사량도에서는 4시 반이 되어 막배가 출항하면 모든 식당이 문을 닫는데 오늘은 우리를 위해 특별히 부탁을 해두었다며 굳이 우리를 데려갔다. 찰싹찰싹 파도소리가 귓전을 떠나지 않는 바닷가의 한 식당엔 푸짐한 상이 차려져 있었다.

'참돔, 대방어, 갑오징어, 멍게'

얼마나 싱싱하고 맛나게 보이는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삼천포 횟집에서 먹었던 회와 비교되었다.

싱싱하고 맛난 회를 안주로 마신 몇 병의 술은 꿀맛이었다.

점심 먹은 지 오래지 않아 더 들어갈 곳이 남아있지 않은 줄 알았는데 일어서면서 보니 접시는 모두 깨끗해져 있었다.

매운탕과 밥은 싸들고 펜션으로 올 수밖에 없었지만…

맛나게 배를 불린 우리는 사량도의 야경을 즐기고 만삭 같은 배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릴 겸 둘레길을 걷기로 의기투합.

칠흑같이 캄캄한 사량도 하늘에서 별들을 세며 렌턴의 불빛에 의지해 걷는 둘레길.

서울 하늘에서 볼 수 없었던 별들이 더 반짝반짝거리는 모습은 마치 자신의 존재를 자랑하는 듯했다. 

한시간밖에 안되는, 사방이 깜깜함 속에서 한 줄기의 불빛을 따라 걸었지만 자연에 동화된 소중한 걸음이었다.

차에 실린 옷가방과 먹을거리 등 짐을 팬션으로 옮기던 중이었다.

소주병이 없어졌단다.

배를 타기 전 마트에서 분명 4병을 샀는데 2병밖에 없단단다.

정말 두 병밖에 없었다. 차의 트렁크를 몇 번이나 살펴보고 주위를 살펴봐도 없었다.

착각을 하나 싶어 영수증을 확인했지만 분명 4병을 샀던 게 맞았다.

소주병 찾는 노력은 계속 되었지만,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광주사돈이 슬며시 밖으로 나갔다.

오랜만에 만난 고종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러 가시는 것 같았다.

사부인과 집사람이 주말드라마에 빠질 때쯤 없어졌던 소주가 발견되었다.

내 옷가방에서 나왔다. 두 병 다…

비닐봉지에 들었던 술병이…, 그것도 4병 중 2병만이 내 가방에 들어있었다니…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이 술병 찾기는 오래오래 추억될 에피소드로 남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잠시 후 광주사돈, 중곡동사돈 그리고 내가 갑오징어회를 안주로 소줏잔을 주고받는 사이 사량도의 밤은 깊어지고…


사량도의 아침이 밝았다.

일출을 보기 위해 지리망산에 오르기로 했는데…

어젯밤 조금 과음하신 광주사돈은 좀더 주무시게 두고 다섯 명만 산을 올랐다.

수직에 가까운 가파른 산을 오르지만 모두의 얼굴엔 즐거움과 행복이 가득한 것 같았다.

우리 부부만 초행일 뿐 광주사돈과 중곡동사돈은 몇 해 전 사량도에 왔을 때 지리망산에도 올랐었단다,

산에서 바라 보는 사량도의 아름다운 전경에 정신을 빼앗기고, 가을산의 억새에 취해 피곤을 모른 채 옥녀봉에 올랐다.

옥녀봉을 지나 추렁다리로 가던 중, 앞장 서서 걷던 중곡동 사부인의 가볍게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어∼" 

우리 앞쪽 저만치에서 한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어떤 등산객인가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광주사돈이었다.

한 분만 빠진 터라 서운했었는데, "짠∼" 하고 나타나셨으니 더 반가웠다.

내가 누워계신 사돈께 산에 다녀오겠다고 하자 "네"라고 대답을 하셨지만 금방 일어나 다른 길로 산에 올랐던 모양이다.

출렁다리를 건넜다. 하지만 정상까지는 한참 더 걸어야 한단다.

그럼 시간관계상 그만 내려가기로…

끝없이 이어진 돌길의 하산길은 또다른 사량도의 만추를 느끼는 길이었다.

두세 시간의 산행 뒤에 먹는 아침식사.

어제 저녁 횟집에서 가져온 것에다 회를 듬뿍 넣어 끓인 매운탕.

정말 꿀맛이었다.

식사가 끝나자 우리를 싣고 다니면서 사량도 주변 바다를 유람시킬 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광주사돈 고종동생의 큰아들이 불과 사나흘 전에 구입해서는 시운전까지 마친 보트라고 했다. 

훤칠하고 잘 생긴 젊은이는 '나무가 많고 소를 닮았다고 해서 수우도라 불리는' 섬과 코끼리 모양이 물씬 풍기는코끼리바위 등 아름다움이 많이 담긴 곳곳으로 한 시간 동안이나 우리를 싣고 다니며 깔끔한 설명을 곁들였으니 짧은 1박 2일의 마지막까지 우리의 눈과 마음은 호사했다.

광주사돈의 고종이 맨션을 떠나는 우리 앞에 내놓은 이별의 선물들은 왜 이리 많은지…

김장할 때 넣으라며 갈치젓과 갈치, 고등어 등등 스타렉스의 넓은 트렁크가 협소할 것만 같았다.

사량도 농협에서 맛나다는 고구마를 3박스나 사고, 선착장 부근에서는 재래종 유자까지 샀으니 이젠 사량도를 떠날 시간.

나갈 때는 경남 고성으로…


집사람이 아파트 대문을 열면서 말했다.

이번 여행이 무척 알찼다고…

사돈들과의 여행이 참 재미있다고…

이번 1박 2일의 사량도 여행은 또다른 행복꽃을 가득 피울 씨앗이 될 것 같았다.


동이 트는 새벽의 고속도로



◇원예예술촌◇

17명의 원예인들이 만든 예쁜 마을로 독일 마을 바로 뒤편에 위치해 있다. 마을을 이루고 있는 정원들은 프랑스풍, 지중해풍, 미국풍, 호주풍, 스위스풍, 멕시코풍 등으로 꾸며져 있으며 산책길도 벚꽃길, 매화길, 장미 터널 등으로 다양하게 꾸며져 있다.




◇독일마을◇

독일마을은 1960~1970년대 어려운 시기에 독일에 광부, 간호사로 파견되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헌신한 독일거주 교포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조국의 따뜻한 정을 느끼며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2000년부터 2006년간에 걸쳐 남해군이 조성한 교포정착촌 마을이다.

독일마을은 천연기념물 제150호인 물건리방조어부림을 바라보며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와 봉화리 일대 약 90,000㎡의 부지에 걸쳐 조성되어 있으며, 독일 교포들은 분양받은 대지에 직접 독일에서 건축자재를 가져와 빨간 지붕과 하얀 벽돌을 이용한 전통적인 독일양식으로 주택을 건립하여 2015년 현재 39동의 주택이 완공되어 있다. 이 주택들은 독일 교포들의 안락한 노후 생활을 위한 주거지이지만 독일 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민박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또한, 지난 2014년 6월 말부터 전국에서 유일하게 파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시작한 파독전시관이 건립되어 6,70년대 독일에서 어렵게 생활했던 파독 광부, 간호사의 발자취와 현재를 직접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사량도행 배에서 바라보는 일몰


사량도의 아름다운 낙조


사량도에서는 막배가 떠나는 오후 4시30분이면 모든 식당이 문을 닫는다는데

광주사돈의 고종사촌 동생분이 식당 주인을 설득해 마련해 둔 저녁식사 자리


광주사돈의 고종사촌이 마련한 회 등이 얼마나 싱싱하고 맛나던지

점심 때 먹었던 삼천포의 횟집이랑 비교가 안되었다.


맛난 회를 배불리 먹고는 소화를 돕기 위해 둘레길을 걸었는데

깜깜한 밤 바닷가와 숲속을 렌턴에 의지해 걷는 게 얼마나 새롭던지 



우리가 묵었던 단디해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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