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사랑
-이석도-
내 앞에 잘 차려진 피로연 음식들
게눈 감추듯 사라진 지 한참이나 됐지만
손대지 않은 채 남겨진 떡 세 개
잔칫집 다녀오실 때마다
반쯤 남겨 온 나무 도시락 열어 고기 몇 점
내 입에 넣어주며 눈길 가득 사랑 담으시던 할머니
창피하다며 말리는 내 입 밀어내시곤
손주 준다며 잔칫상에서 맛난 것 몇 골라
살며시 까만 비닐봉지에 담으시던 어머니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가만히 하얀 종이 냅킨을 펼치는 나는
어느덧 할머니를 닮아 가고 있었다.
아니, 벌써 어머니를 닮아 있었다.
(2018.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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