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비
돌담 이석도
앙증맞은 책걸상은 옛 모습 그대로인데
굳게 닫힌 교문 앞의 까만 비석이 낯설다.
교적비
매전초등학교
1924년 9월 19일 개교
졸업생 4,207명 배출
2012년 3월 1일 폐교
아이들 발자국 지워진 운동장은 잡초가 차지하고
덩그런 교실마다 먼지 뽀얀 책걸상들은 말문 닫은 채
손 잃은 몽땅 분필이 쓰다 만 칠판 낙서 읽고 있다.
교적비도 묘비일까?
사천 명 넘는 졸업생들의 슬픔이 하늘에 닿았을까?
100살 된 느티나무 꼭 부둥켜안은 매미
텅 빈 운동장을 내려다보며
맴맴 스르르 맴맴 스르르
목 놓아 울고있다.
(2018. 6. 22.)
*곡비(哭婢) : 장례 때 상주를 대신하여 곡하던 계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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