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23. 금요일.
며칠 전 세차게 휘몰아쳤던 비바람 덕분일까
3월들어 가지마다 물을 머금는다 싶던 양재천 수양버들엔 어느새
새싹이 혀를 내밀고, 멀리 보이던 남산이 연둣빛 덕분인지 조금은 가까워 보이는 오후.
오늘은 1978년 3월 24일 작고하신 박목월 詩人의 忌日이었다.
서울 원효로 주택가에 위치한 목월공원의 木月詩碑에는 갖가지 꽃다발이 쌓이고
오후 2시 30분, 목월의 아들이신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와 한상완 전 연세대 부총장 등
30∼40여 명의 심상문학회 회원들이 참석한 추모식이 시작되었다.
향토적 서정을 민요가락에 담담하고 소박하게 담아내고,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청록파의 한 사람으로
<청노루>, <산도화> 등 수많은 名詩를 남기면서 1973년부터 시전문지 '심상(心象)'을 펴낸 박목월 詩人…
박동규 교수님의 인사말과
김일산 詩人을 비롯한 몇몇 詩人들의 自作詩 낭송에 이어
박목월 시인의 名詩 몇 편이 예쁘게 쓰여진 공원 옆 담벼락의 여러 詩 중
심상문학회 김용길 회장께서 한 자 한 자를 가리키며 선창하하는
'청노루'를 참석자들은 함마음으로 따라 낭송하고…
이어 박목월 시인께서 작사하신 '사월의 노래' 합창이 끝나자
다시 앞으로 나가신 박동규 교수님께서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들려주셨다.
목월 공원이 있는 원효로 이곳은 박목월 시인께서 1946년부터 돌아가신 1978년까지 살았던 곳이란다.
이곳 저곳을 손으로 가리키며 자신이 어린 시절 보았던 아버지 목월 시인의 모습과 그 분의 詩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교수님의 말씀은 듣지 않은 채 '청노루'가 새겨진 詩碑 앞에서 소원을 빌고 있었다.
나도 서정시를 쓰고 싶다고…
意味를 담는 시보다 가슴 따뜻한 抒情이 듬뿍 담긴 詩를 쓰고 싶다고…
감정이나 정서를 잘 나타낼 수 있는 詩 쓰는 능력을 주십사고…
아니, 먼저 感情과 感性이 넘치는 사람이 되게 해주십사고…
추모식이 끝나고 참석자들과 함께 먹었던
꿀맛 같았던 원효로의 잔치국수는
가슴으로 읽는 詩 한 편
쓰고 싶은 내 마음을
더 간절케 했으니….
머언 산 청운사(靑雲寺)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 가는 열 두 굽이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