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항 해무
-이석도-
보내기 싫어서일까.
가는 곳마다 피어난 웃음꽃이 물보라를 일으켜서일까.
억겁 사돈 인연 우리가 푸른 산 섬 여행 마친 날
청산도항 바다는 새벽부터 커튼을 드리웠다.
코앞 섬 숨기고 뱃길 닫았다.
발 묶인 수천 관광객이 발을 동동 굴린 때
우리는 공터에 둘러앉아 어제 뜯어 온 톳을 다듬는다.
오늘 못 가면 어떠랴
내일 가면 어떠랴
바깥사돈들 하하하
안사돈들 호호호
노을 덮친 어둠 두꺼워지고
완도행 막배 시간 지나 발길 돌릴 즈음.
멀리서는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
비로소 커튼이 올랐다.
청산도항 바다는 온종일
우리 가슴속 이름표에 적혀 있던 '사돈' 옆에
‘친구’ 란 글자를 새로 새기고 있었나 보다.
수줍음 많아 가리개가 필요했나 보다.
(2017. 4. 21.)
☞ 詩作 노트:
두 사돈들의 부부와 함께 청산도 여행을 마치고 떠나오던 날
海霧로 인해 선박 출항이 금지되어 온종일 기다린 추억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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