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규가 엄마랑 아빠와 함께 중곡동 할아버지 집으로 간 어린이 날,
며칠 전부터 황토방이 다 되었다며 한번 다녀가라는 사돈의 초청이 있었기에
우리 부부는 원준이와 세은이를 따라 경기도 광주 사돈의 건업리 오디 농장으로 갔다.
해마다 몇 차례는 중곡동 사돈 내와까지 함께 모여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갖가지 야채를 뜯곤 했었는데,
이번은 작년에 오디를 따느라 가고는 처음이니 거의 11개월만의 간 셈이었다.
도보여행을 하고, 어머니의 뇌경색 발병으로 고향과 대구를 오가기도 했지만
정원준, 송은규, 정세은 등 세 손주에 묻혀 지내느라 그다지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근 일 년만에 찾아간 사돈의 오디 농장.
파릇파릇 돋아난 뽕잎의 연두색이 한창 아름다울 때였다.
아직은 아기 손바닥만한 연한 뽕잎들 사이에 벌써 아기 오디들이 잔뜩 달리기 시작한 걸 보니
올해도 6월 6일 현충일을 전후해서 오디 수확이 시작될 것 같았다.
부지런하신 사돈 내외분이 봄이 시작되기 전부터 흘린 땀의 흔적이 넓은 농장 구석구석에 보였다.
비탈이 심한 지역을 계단식 밭으로 만들어 심은 뽕나무 묘목엔 야린 새순이 돋았고.
다른 밭엔 도라지와 산마늘의 새싹까지 땅을 뚫고 나와 있었다.
여기에 또 표고버섯 양식장까지 만들고 있으니…
황토방.
사돈이 작년가을부터 농장의 산에서 나오는 황토로 직접 지으신다기에
두세 명이 들어가 찜질이나 할 수 있는 자그마한 황토방인 줄 알았다.
그런데그게 아니었다.
들어서자마자 옛날식 장판까지 깔아 정겨운 콩기름 냄새가 물씬 풍기는
황토방은 스무 명이 들어가도 여유가 있을 듯한 넓은 방이었다.
부지런하고, 솜씨 좋으신거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통소나무 둥치랑 숯까지 넣어 쌓은 황토벽은 전문가 못지 않았다.
거기다 구들을 깔고 큼직한 가마솥을 건 아궁이까지…
이 아궁이에 산에서 나온 장작으로 불을 넣으면 궁둥이가 뜨거울 만큼 뜨근뜨근하단다.
그래서 사돈 내외는 요즘 광주시내의 넓은 아파트는 비워두고 이곳에서 지내신단다.
세은이도 할아버지가 만드신 공기맑고 조용한 황토방이 좋은 모양이엇다.
한참을 웃으면서 두리번두리번거리더니 어느새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
원준이와 웅덩이에서 개구리를 찾고 산을 누비는 새 식사하라고 연락이 왔다.
말 그대로 진수성찬이었다.
잡곡밥에 상추와 깻잎은 물론 두릅, 옻나무 순, 엉게나무 순, 머위에 뽕잎까지…
노릇노릇 구운 삼겹살과 간장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농장에서 나온 보약들이었다.
놀다 저녁까지 먹고가시라는 사돈의 만류가 있었지만
오디가 까맣게 익을 때쯤 중곡동 사돈들과 함께 오겠노라 말하곤 차에 올랐다.
엄마 아빠와 함께 손 흔드는 원준이와 세은이는 남겨두고서.
(중곡동에서 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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