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장사 부처님
돌담 이석도
엄청 놀라셨나 보다
칠장산은 정수리까지
하얗게 머리가 세어 있었다.
온 세상 이목을 끌었던
한 스님의 별난 공양이 얼마나
부담스러웠으면... 얼마나 민망했으면...
드나드는 사부대중 속마음까지
꿰뚫어 볼 듯이 두 눈 부릅뜬 채 긴 칼
뽑아 든 사천왕 지나 들어선 칠장사는
불탄 자국 말끔히 치우고 하늘은
소복소복 눈 덮어 공양 흔적
하나도 남기지 않았는데
대웅전 부처님
삼배 올리는 내게
나지막하게 말씀하신다.
참된 공양은 재물도 아니고
몸뚱이 바치는 건 더더욱 아니란다.
최선의 공양은
자비로움이 넘치고
언행이 일치하는 삶이란다.
(2024.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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