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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놀이터

[詩] 내 고향 은행나무

내 고향 은행나무

                             돌담 이석도

 

경북 청도군 매전면 온막리 書堂

 

아이들 글 읽는 소리 듣는 재미에 빠져

제 늙어가는 줄 모르던 몇 아름드리 은행나무

 

십여 년 전, 나라에서 교문을

봉해버린 100년 역사 매전초등학교와

해가 떨어지면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길 가로등은

대낮처럼 불을 밝히지만 오가는 사람은커녕

불 밝힌 집 찾기 힘든 마을 내려다보며

속절없는 세상에 한숨 깊어지더니

 

고잉 홈(Going Home) 주인공

빙고의 이야기라도 떠올랐던 걸까?

 

해마다 가을이면

가지마다 노란 손수건 수만 장

아니 수십만 장 수백만 장씩 매달고는

고향 떠난 이들을 기다린다.

 

(2023. 11. 21.)

 

☞ 빙고 : 빙고는 미국의 소설가 ‘피트 하밀’이 뉴욕포스트에 게재한 글

‘고잉 홈 (Going home)’ 속의 주인공으로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 집으로 가는 길(Going home) 
누군가 주변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축복받고 감사한 일이지요.
뉴욕에서 플로리다 해변으로 가는 버스에 활달한 세 쌍의 젊은 남녀가 탔습니다. 승객이 모두 타자 버스는 곧바로 출발했습니다. 세 쌍의 남녀들은 여행의 기분에 취해 한참을 떠들고 웃어 대다가 시간이 지나자 점점 조용해졌습니다. 그들 앞자리에 한 사내가 돌부처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무거운 침묵,  수염이 덥수룩한 표정 없는 얼굴…, 젊은이들은 그 사내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람은 누구일까? 배를 타던 선장?
아니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퇴역 군인?
일행 중 한 여자가 용기를 내어 그에게 말을 붙였습니다. 그에게는 깊은 우수의 그림자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포도주 좀 드시겠어요?" "고맙소."
그는 엷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 포도주를 한 모금 마셨습니다.
그리곤 다시 무거운 침묵...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침이 되었습니다.
버스는 휴게소에 섰고 어젯밤 말을 붙였던 여자가 그 사내에게 함께 식사하자고 말했습니다. 그는 수줍은 표정을 보이면서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다시 버스에 올라탔고 젊은 여자는 그의 옆자리에 가 앉았습니다. 얼마 후 사내는 여자의 집요한 관심에 항복했다는 듯 굳게 닫혀 있던 입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천천히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빙고'였으며 지난 4년 동안 뉴욕의 교도소에서 징역살이하고 이제 석방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며 이렇게 혼잣말처럼 지난날들을 들려주었다.
"감옥에 있는 동안 아내에게 편지를 보냈소. 나는 부끄러운 죄를 짓고 오랜 시간 집에 돌아갈 수 없으니 만약 나를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되거나 혼자 사는 것이 고생된다고 생각되거든 나를 잊어 달라고 했소. 재혼해도 좋다고 했소. 편지를 안 해도 좋다고 했소. 그 뒤로 아내는 편지하지 않았소. 3년 반 동안이나…"
"그리고 석방을 앞두고 아내에게 다시 편지를 썼소."

"우리가 살던 마을 어귀에 커다란 참나무 한 그루가 있소. 나는 편지에서 만일 나를 용서하고 다시 받아들일 생각이 있다면 그 참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달아달라고 말했소. 만일 아내가 재혼했거나 나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면 손수건을 달아놓지 마세요. 그러면 나는 그냥 버스를 타고 어디로든 가버릴 거요."
그의 얼굴이 그렇게 굳어져 있었던 것은 '거의 4년간이나 소식이 끊긴 아내가 자기를 받아줄 것인가? '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그 여자는 물론이고 그녀의 일행들도 이제 잠시 후에 전개될 광경에 대해 궁금해하며 가슴을 조이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른 승객들에게도 전해져 버스 안은 설렘과 긴장감으로 가득 찼습니다.

빙고는 흥분한 표정을 보이거나 창밖을 내다보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굳어진 얼굴에서 깊은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치 그는 이제 곧 눈앞에 나타날 실망의 순간을 대비하며 마음속으로 각오를 단단히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마을과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20마일, 15마일, 10마일...
물을 끼얹은 듯 버스 안은 정적이 감돌았습니다. 자동차의 엔진 소리만이 꿈결에서처럼 아스라하게 일정한 리듬으로 고막을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승객들은 모두 창가로 몰려가 숨을 죽이고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버스가 마을을 향해 산모퉁이를 돌았습니다. 바로 그때 "와~~~" 젊은이들의 함성이 일제히 터져 나왔습니다.

버스 승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쳤고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얼싸안았습니다.
참나무는 온통 노란 손수건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20개, 30개... 아니 수백 개의 노란 손수건이 물결치고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남편이 손수건을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까 봐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참나무를 온통 노란 손수건으로 장식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여전히 침묵을 지키는 것은 오로지 빙고 한 사람뿐... 

그는 넋 잃은 사람처럼 자리에 멍하니 앉아 차창밖의 참나무를 뚫어지게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이윽고 빙고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 나이 든 전과자는 승객들의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버스 앞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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