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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놀이터

[詩] '꼴불견'은 '불쌍하다'의 다른 말이다

 

‘꼴불견'은 '불쌍하다'의 다른 말이다

                              돌담 이석도

 

꼴불견이 많다.

 

누렇게 잘 익어 고개 숙인

벼이삭 사이사이 빳빳이 고개를 쳐들고

서 있는 푸릇푸릇한 피*

 

암캐만 보이면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냄새 맡다가

헥헥, 제 혼자 껄떡거리는 수캐 

 

새벽 알려줬다고

칭찬 한 번 했더니 새벽은 자신이 만드는 양

볏 곤두세운 채 “꼬끼오! 꼬끼오!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수탉

 

찾는 이 없는 시집

달랑 한 번 출간하고서는

마치 프로인 양 나대는 신출내기 시인

 

아! 이를 어쩌나

농부가 다가오는데...

복날이 며칠 안 남았는데...

나도 시집 하나 내고 싶은데...

 

(2023. 11. 11.)

 

☞ 피* : 볏과의 한해살이 잡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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