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돌담/이석도
한날한시 내 몸에
붙어 태어났으면서도
언제나 그가 빨랐다.
내가 네 발로 기어다닐 때
깡충깡충 두 발로 뛰어다니고
내가 까까머리에 교복 입을 땐
신사복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내가 첫 출근하던 날 그는
바닷가 별장 주인 되었다.
반환점을 돌고 결승점
십 리쯤 남았을 때
마침내 역전
그는 아직 청춘이라는데
내 눈은 돋보기를 찾고
내 입은 틀니를 부른다.
그는 아직도
몇백 리 더 달릴 수 있다는데
내 귀는 보청기를 부러워하고
내 다리는 지팡이를 탐낸다.
(2021. 1. 25.)
'나의 詩 놀이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권력이 공정을 구축한다 (0) | 2021.02.18 |
---|---|
[詩] 부부싸움 (0) | 2021.02.14 |
[詩] 2021년 소망 (0) | 2021.01.10 |
[詩] 경자년 일몰 (0) | 2020.12.31 |
[詩] 경자야 잘 가라 (0) | 2020.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