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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놀이터

[詩] 역전

 

 역전

 

                      돌담/석도

 

 한날한시 내 몸에

 붙어 태어났으면서도

 언제나 그가 빨랐다.

 

 내가 네 발로 기어다닐 때

 깡충깡충 두 발로 뛰어다니고

 내가 까까머리에 교복 입을 땐

 신사복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내가 첫 출근하던 날 그는

 바닷가 별장 주인 되었다.

 

 반환점을 돌고 결승점

 십 리쯤 남았을 때

 마침내 역전

 

 그는 아직 청춘이라는데

 내 눈은 돋보기를 찾고

 내 입은 틀니를 부른다.

 

 그는 아직도

 몇백 리 더 달릴 수 있다는데

 내 귀는 보청기를 부러워하고

 내 다리는 지팡이를 탐낸다.

 

 (2021.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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