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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나목, 기지개를 켜다

2020. 5. 7. 목요일

10시를 조금 넘어선 시간

지하철 2호선 서초역 6번 출구

반가움을 가득 담은 얼굴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한 분은 감기 끝이라, 또 한 분은 종합검진 때문에 불참을 알려왔으니 여섯 명 모두가 다 모인 셈.

대법원 정문을 지나 10여 분을 걸어 도착한 서초동 몽마르뜨공원.

서초구에서 41년째 사는 동안 서초동에서만 삼십수 년을 살면서 수없이 그 이름을 들어왔고, 수없이 그 앞을 지나다기만 했을 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가 보지 못했던 공원이라 언젠가 한 번은 가 봐야지 생각했었는데 마침 오늘 모임의 장소가 몽마르뜨공원이라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들어섰다. 


◆ 몽마르뜨공원 

원래는 아까시나무가 우거진 야산이었으나 지난 2000년 서울특별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반포지역의 원활한 수돗물 공급을 위해 배수지 공사를 시행함에 따라 서초구에서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주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공원을 조성하게 되었고, 인근 서래마을에 프랑스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마을 진입로를 몽마르뜨길로 부르고 있었기 때문에 이 공원의 이름을 '몽마르뜨공원'으로 명명했단다.


대법원, 대검찰청, 서초경찰서, 국립 중앙도서관 등에 둘러싸인 도심의 공원.

시야가 확 트일 만큼 제법 넓어서 좋았고, 이름에 잘 어울리게 조금은 이국적인 모습도 있어 좋았다.

파란 잔디밭을 에워싼 노송 등의 나무숲이 한층 한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엄마가 가장 보고파 지는 어버이날을 하루 앞두고 있어서일까? 온통 하얗게 활짝 핀 이팝나무가 산들바람에 일렁일 때는 엄마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어서 와라' 손짓하는 듯 정겹게 보여 가슴이 뭉클했다.

오늘은 지난 1월에 발족한 나목회 모임의 날.

나목회의 멤버는 '瑞草 心象文學' 회원 중 최근 몇 년 안에 등단한 詩人으로 현재는 8인.

지난 1월에 있었던 발기모임에서는 매월 첫 목요일에 모이기로 했었지만 설명절을 전후해 악명을 떨치기 시작한 '코로나19 감염증'이 만든 '사회적 거리두기'란 통제가 우리의 일상을 올스톱 시킨 탓에 2,3,4월의 모임은 취소되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감염증 확진자의 숫자가 상당히 진정되자 관계당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좀 완화하면서 야외 행사, 모임 등을 허용한 덕분에 오늘 우리 나목회의 모임이 가능했던 것이다.

바람 살랑일 때마다 하얀 꽃잎이 하나씩 떨어지는 이팝나무 아래 자리를 깔았다.

멋지고 맛난 봄소풍이었다.

한 잔의 막걸리, 한 입의 김밥은 차라리 예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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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발가벗은 나목처럼 시작된 '나목문학회'.

오늘 모임에서 보았던 에 대한 열정에서의 느낌과 마친 후의 성취감. 

겨우내 나목(裸木)이었던 나뭇가지에 한 잎 두 잎 돋았던 새싹의 연둣빛이 짙푸르지듯

이제 막 한두 편씩의 詩들을 달기 시작한 우리 나목회의 가지들 모두가 저마다 '자기 향상'이란 이팝나무의  흠뻑 받았으니 나도 언젠가는 내 외손자들이 기억할 詩 한 편은 남길 수 있으리라 스스로 위로해 본다. 







몽마르뜨공원 한 가운데쯤 서 있는 이팝나무

하얀 꽃 활짝 핀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또, 그 모습에 내 마음이 얼마나 편안해지던지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날이라 그랬을까?

하얀 수건을 머리에 두른 엄마의 모습으로 우리 나목회원들을 반기는 이팝나무.

멀리서 바라보면 꽃송이가 사발에 소복이 얹힌 흰 쌀밥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밥나무'라고 하다가 

이밥이 이팝으로 변했다는 설과 하얀 꽃이 여름에 들어서는 입하(立夏)에 피기 때문에 '입하목(立夏木)'이라 

불리다가 입하가 연음이 되면서 '이파','이팝'으로 되었다는 등 두 가지의 주장이 있단다.

꽃말은 '영원한 사랑'과 '자기 향상'



'몽마르뜨'라는 공원 이름에 잘 어울리는 조형물




이팝나무 그늘에 자리잡은 나목회 詩人


이춘희 詩人께서 직접 준비해 온 김밥과 삶은 계란

그리고 다른 회원들께서 준비하신 떡, 커피 등 음료

얼마나 푸짐하고 맛나던지


한잔의 막걸리로 우리 모두가 목을 축이자 시작된 김한진 詩人의 詩論 열강

제1장 詩와 言語


'시니피앙과 시니피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김태춘 詩人



이팝나무에게 '자기 향상'란 꽃말은 누가 선물했을까?

하얀 꽃 활짝 핀 이팝나무 그늘에 앉아 이팝나무꽃말을 가슴에 새기며

'자기 향상' 을 꾀하고 있는 나목회 詩人들

벌써 다음 모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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