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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어처구니없다

어처구니가 없는 맷돌

2020. 6. 12. 금요일

한 고향친구가 전화를 해서 물었다.

“무슨 일 있나?”

“일은 무슨 일…, 무탈하게 잘 살고 있다요. 근데 왜?”

그러자 친구는 한 열흘 만에 내 블로그에 들어갔더니 내가 6월 초에 올린 글들 중 하나에 ‘권리 침해신고 되어 임시조치 되었다.’는 문구가 있길래 혹시 글 때문에 무슨 낭패를 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했단다.

걱정해 주는 친구가 고마우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어젯밤에는 ‘쉰세대 놀이터’란 맛깔스러운 불로그의 블로거이면서도 자주 내 블로그에 들어와서는 응원 또는 격려의 글을 남기곤 하는 고종사촌 누나가 ‘블로그의 글이 왜 임시조치가 되었는지?' 걱정하는 카톡을 보내왔기에 요 며칠 사이에 일어난 해프닝(?)을 다른 고종사촌과도 공유하면서 웃었는데…

 

나는 6월 2일 내 블로그에「코로나 불똥」이란 제목의 글을 써서 올렸다.

지난 음력설을 전후해서부터 몇 달 동안이나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던 코로나19가 가정의 달, 5월이 되면서 조금은 진정되는 모습이라 좋아했었는데, 금방 다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을 뿐 아니라 더구나 이번에는 확진자들의 대부분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어 지난번보다 훨씬 더 큰 불안 속에 나날을 보내면서 그 동안 우리 가족들이 겪었던 코로나 에피소드(?)를 쓴 글로 내용은 대충 이런 것이었다.

 

대구에서 하루에 몇 십 명씩 코로나19 감염증 확진자가 발생하던 지난 2월 중순경에 숙모께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는 빈소가 차려진 고향의 한 장례식장을 다녀왔더니 이틀쯤 지났을까? 내 고향 청도지역에서도 코로나19 감염증 확진자들이 쏟아지는 바람에 마치 고향 다녀온 게 몹쓸 죄라도 지은 양 지내며 보름 동안 겪었던 불안감과 마음고생 이야기. 5월 초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수도권 확진자의 급증 초반엔 한 집에 사는 듯 이웃에 사는 딸네의 은규 아비의 회사 직원 중 한 명이 코로나19 감염증 확진 탓에, 10층 사무실의 확진자가 9층의 화장실을 몇 번 이용했다는 이유로 은규 아비를 비롯한 9층 직원 모두가 2주일 동안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바람에 자가격리에 들어간 사위의 고충을 보기만 해야 했던 이야기, 그리고 은규가 초등학교 첫 등교일인 5월 27일을 사나흘 앞두고 갑자기 감기기운이 있어 첫 등교일에 학교 대신 서울시립 어린이병원으로 가서는 코로나19 검진을 받았던 이야기 등 최근 우리 가족에게로까지 튄 코로나 불똥에 가졌던 두려움을 쓰곤 지금의 코로나 악몽이 하루빨리 사라지길 바라는 간절함을 담은 글이었다. 그런데 글을 올린 지 며칠 만에 권리침해 등의 사유로 내 블로그에서 ‘코로나 불똥’이 사라지고 말았으니…

나도 놀랐다.

그런데 ‘권리침해’라니…

내 글이 통째로 사라지고 없으니 다시 읽어볼 수는 없어 답답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내 글이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했거나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들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 운영사인 다음(DAUM)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내가 쓴 ‘코로나 불똥’에 대해 ‘신천지예수교’로부터 권리침해 신고 및 명예훼손 게시물 삭제요청이 있었다며 임시 조치된 게시물의 복원을 원하면 「게시물 복원 신청」을 하란다.

 

DAUM의 메일을 읽고서야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 글 ‘코로나 불똥’에 지난 2월 중순 숙모喪으로 고향 청도를 다녀온 직후 청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는 바람에 죄인처럼 지냈던 이야기를 쓰면서 그때 청도에 확진자가 그처럼 한꺼번에 쏟아진 이유를 당시 모든 매스컴에서 도배하다시피했던 내용 - 신천지교주의 고향이 내 고향과 같은 청도라는 사실, 청도의 한 병원에서 시작된 감염증 확진자 발생 직전에 그 병원의 장례식장에서 신천지교주의 친형 장례식이 있어 코로나19에 감염된 신천지교 신도들이 문상 갔을 가능성 등을 언급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이것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모든 매스컴이 날마다 대서특필했던 뉴스가 권리침해라니…

온 국민들이 공분을 느꼈던 뉴스가 명예훼손이라니,

 

내 이야기를 다 들은 친구는 이런 말들을 남기곤 전화를 끊었다.

“미친놈들, 즈그가 대구를 쑥대밭으로 만든 명예훼손은 우야고?”

“즈그 교주가 三淸지역인 우리 고향 淸道를 더럽힌 명예훼손은 우야고?”

“사이비 소리 들을 만하네…”

  

내 블로그 해당 글에 표시된 글
임시조치를 알리는 DAUM의 메일
내가 보낸 게시물 복원신청에 대한 DAUM의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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