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물에 그 밥
- 이석도 -
과일을 사러 마트에 간 아내
윗부분만 잘 보이는 딸기 상자들을
연신 들었다 놓는다.
번지레하고 싱싱하게 보여 구입했지만
아래쪽엔 상한 게 적지 않았던 기억 때문일까
이 상자 저 상자, 저울질하고 있다.
그게 그거 같구만…
귀한 듯 배달된 두툼한 우편물
우르르 쏟아지는 종이마다 활짝 웃는 얼굴이
빽빽한 과거를 읊고 핑크빛 미래를 지껄인다.
하나같이 번지레하고 싱싱해 보이는 공약들.
내 저울은 또다시
어지럼증에 시달리겠다.
그 나물에 그 밥
걸러내려면…
(2018. 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