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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주들-천아, 보송이, 다솜이..

여의도 불꽃축제

10월 6일 토요일

일요일이면 방글라데시로 출장 가는 동진이가 부모님 농장으로 고구마캐러 간다기에

딸네로 가서 한창 자는 원준이를 잠옷차림으로 차에 태워 같이 따라 나섰다.

 

서울을 조금 벗어 난 광주시인데도 공기가 다르다. 한층 높아진 가을 하늘에 황금 들녘,

폭염에 밤잠을 설친게 불과 며칠 전이었는데... 어느새 가을이 한창이다.

추수를 앞둔 논, 벼사이를 왠 벌레들이 메뚜기다. 날뛰고 있어 잡아보니 엄청 많다.

어릴때 메뚜기를 볶아 먹었던 맛이 생각나 비닐봉지를 들고 한참 잡아 넣던 중,

벌레조차 죽이길 꺼려하는 집사람의 얼굴이 떠올라 도로 놓아주고...

 

사돈을 도와 고구마도 캐고,  표고버섯도 따고... 

원준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아빠 뒤를 졸졸 따라 다니며 잘 놀고 있다.

농막에서 내가 버섯을 따 놓으면 원준이가 상자에 담고... 곧 잘 도와준다.

표고버섯이 하도 싱싱하고 깨끗해 찢어 입에 넣고 씹었더니 온 입안에 표고버섯 향이

퍼진다. 원준이도 달라고 해서 조금씩 잘라 입에 넣어 주니 아주 맛있게 먹는다.

원준이도 할아버지를 닮아 표고버섯 향이 좋은가 보다.

오전만 거들었는데도 여간 힘들지 않다.

오래지 않아 나도 농사 지을까 하는데...

 

(원준이는 메뚜기를 처음 본대요)

 

(고구마는 있다 캐고... 우선 한잔씩)

 

(우리 원준이가 표고버섯 향에 반했대요)

 

 

 

농장을 다녀오면서 잠든 원준이가 낮잠을 깨자 오후 4시경 불꽃축제를 보러 나섰다.

밤하늘에서 수 많은 불꽃이 쏟아지는 모습을 우리 원준이가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하는 마음에...

불꽃구경을 제안한 원준이 아빠도 같이 가기로 했는데 출장준비로 바쁜일이 생겼다며 못 간단다.

먼저 인터넷을 찾아보니 불꽃축제 명당이 많이 나온다. 여의도에는 틀림없이 엄청난 인파가 몰릴터라 노량진 사육신 공원으로 갈 작정으로 버스를 탔는데... 양재동에서 부터 어린아이를 동행한 승객들이 많이 탄다. 모두 불꽃놀이 축제를 간단다. 자기들 끼리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니 효사정이 좋다며 효사정까지 가는 정류장을 세고 있다.

친구따라 강남 간다고... 효사정이 더 좋은가 싶은 생각에 나도 효사정에 내렸다.

같이 내린 그들은 올라가지 않고 나와 원준이만 효사정 정자에 올라갔는데 그곳엔 여러 젊은쌍들이

진을 치고 있다.  한강 조망은 참 좋지만, 여의도 쪽을 바라보니 큰 나무들이 시야를 가리고 있어

불꽃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아 당초 계획대로 다시 버스를 타고 사육신공원으로 향했다.

원준이에게 먹일 우유랑 간식을 사러 인근 편의점에 들렀더니 편의점은 완전히 북새통이 되었다.

사육신 공원은 입구부터 돗자리와 먹을거리를 든 사람들로 가득하다. 밀려 올라간 사육신 공원은

들어설 곳이 없을 만큼 붐빈다. 원준이와 앉아 불꽃을 구경할 만한 공간은 아무리 찾아도 없다.

원준이랑 같이 인파 틈새에서 꼼짝 못하고 쪼그려 앉아 있으려니 다리가 마비될 지경이 되었다.

내가 이렇게 힘든데, 3살박이 원준이는 어떨까 싶다. 기다린지 두시간이 넘은 7시20분에도 시작할

낌새가 없다. 안되겠다 싶어 불꽃구경을 포기하고 돌아 내려온는데...

천둥같은 소리, 따발총 같은 소리가 나고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들린다.

원준이를 안고 내려오던 길을 다시 허겁지급 올라가 겨우 인파사이로 여의도 쪽 하늘을 바라보니

아름다운 불꽃들이 소낙비처럼 쏟아진다. 목마를 태운 원준이도 형형색색 불꽃들이 쏟아질 때마다

 "우와" "우와"를 연발하며 손뼉을 친다.  원준이가 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두 시간의 피로가

싹 사라지는 기분이다.  불꽃놀이가 시작되면서 점점 더 많은 인파가 모여들어 원준이를 안고 서있을

수가 없다. 점차 사람에 가려, 나무숲에 가려 불꽃도 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잘못하다간 큰 사고가

날 수도 있겠다는 걱정으로 그만 발길을 돌렸다.  2시간 반을 기다려 불꽃을 겨우 10분밖에 못 보고

돌아서자니 억울하고 아쉬웠지만...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보니까 효사정앞 육교와 도로변에 많은 사람들이 앉아 불꽃을 보고 있었다.

언듯 보니 인파가 그리 많지도 않은 것 같고, 시야도 가리는게 없어 불꽃이 아주 잘 보일 것 같았다.

그  좋은 곳을 마다하고, 바보같이 사육신 공원에서 고생한 걸 생각하니 몸이 더 무거워진다. 

 

요즘 어린이집에서 어린 여자아이들이 오빠라 불러서 자신을 꼭 뽀빠(오빠)라 하는 우리 원준이...

집에 돌아 온 원준이는 할아버지가 하루종일 고생했다고 생각하는지 온 몸으로 내 팔을 감싸 안으며

"뽀빠는 (할)아비지 꺼야!"   "뽀빠는 (할)아비지 꺼야!" 를 반복하면서 애교를 피운다.

사랑하는 손자의 한마디에 할아버지는 가슴이 찡해지면서 하루의 피로가 싹 달아난다.

   

피곤해 연달아 눈을 비비는 원준이를 깨끗이 목욕시키고 "원준아 오늘 할아버지랑 잘까?," 했더니

"네, 뽀빠랑 (할)아비지 다 같이 자요."한다. 

귀엽게 자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세라가 카톡을 보내왔다.  "아빠! 고마워요.  우리 지금 심야 영화보러 왔어요."

 

(효사정은 이런 곳)

 

(효사정 누각에서 바라본 한강)

 

(효사정에서 원준이)

 

(사육신 공원 안내도)

 

(사육신 공원은 불꽃 2시간 전인데도 이렇게 붐볐어요)

 

(사육신 공원에서 촬영한 불꽃1)

(사육신 공원에서 촬영한 불꽃2)

(사육신 공원에서 촬영한 불꽃3)

(여의도에서 전문가가 촬영한 불꽃1)

(여의도에서 전문가가 촬영한 불꽃2)

 

(사육신 공원에서 원준이)

 

10월7일(일요일)

원준이 아빠, 해외출장 가는 날.

지하철이 아닌 진짜 기차를 처음 타는 원준이를 데리고 9시 KTX를 탔다.

동대구역에 도착 할때까지 원준이는 신이나 가만히 있질 못한다.

그림책 또는 만화영화, 장난감에서만 보던 기차를 직접 탔으니 얼마나 신 났을까?

대구 동생 집에 모인 엄마의 외갓집 사촌(엄마의 외사촌, 이종사촌) 들께 인사차 내려오면서

원준이를 데려 온 것이다. 작년의 이 모임에는 아버님도 참석하셨는데...

점심을 먹고 나와 3시 KTX를 기다리는 역 대합실에서 원준이는 품에 안겨 잠이든다.

흔들리는 열차안에서도 깨지 않는 걸 보니 깊은 잠에 빠졌나 보다.

대전을 훨씬 지나 잠을 깬 원준이 또 다시 신이 났다.

서울역에서 나오려니 아쉬운가 보다.

열차를 가리키며 다시 타자고 한다.

다음을 기약하며 달래고 달래서...

 

원준이 아빠가 귀국하는 날까지

원준이는 내 차지다.

 

어린이집서 데려오고,

같이 놀고,

저녁 맛있게 먹게 하고,

양치질이랑 목욕시키고,

아침까지 푹 재우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고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이다.

 

오늘도

우리 원준이가 

 

잘 놀고

저녁 잘 먹고

목욕 잘 하고

잘 자고 있으니...

이런 모습 보고 있으면

내가 다 행복해진다.

이게 할아버지 ....

 

(서울역에서 우리 원준이) 

 

(KTX가 좋아요)

 

(동대구역에서...)

 

 (할아버지 품, 참 편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