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서초동 치과에 들러 지난 주 꿰맨 잇몸에 실밥을 뺐다.
전에 다니던 휘트니스센타에서 차 한잔하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노점에서 파는 순대가 먹음직스럽게 보이고 순대를 좋아하는 원준이 떠오른다.
3천원어치 샀더니 좀 모잘것 같아 추가로 2천원 어치 더...
집에 도착하니 할머니랑 잘 놀았다는데 원준이가 나를 엄청 반긴다.
아마 할머니랑 단 둘이 놀아보니 조금은 덜 재미있었나 보다.
내가 가져간 순대를 아주 잘 먹는다. 껍질을 까놓기 바쁘게 입에 집어 넣는다.
할머니는 옆에서 천천히 먹어라며 그릇을 이리 저리 옮기고...
딸과 사위가 오고, 저녁식사 시간이다.
우리 원준이는 평소 밥을 잘 먹는데...
오늘은 순대로 배를 채워서 그런지 통 식사를 하려하지 않는다.
꽁치와 비벼서 할아버지가 먹여도, 아빠가 먹여도... 통
한참동안 밥을 먹이려 하자, 원준이가 "배 아야 아야, 배 아야 아야"라고 한다.
할머니가 옆에서 "원준아! 밥 먹으면 과자 줄께."하면서 쿠키를 보이자.
원준이는 밥 한 숟갈을 받아 먹고는 할머니로부터 쿠키를 받더니
금방 자기 손으로 자기 배를 쓰다듬으며 "후-후" 한다.
그리고는 "지금 배 아야 아냐, 배 아야 아냐."하면서 쿠키를 입에 넣는다.
이제 31개월에 접어든 우리 원준이가
밥이 먹기 싫어, 처음으로 거짓 말을 했네요.
쿠키 한 개에 바로 들통났지만,
이렇게 손자가 하루 하루 커가는 모습 하나 하나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는 천아 할아버지는
요즘이 정말 행복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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