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소신공양*
-이석도-
꼭두새벽부터 아버지가
차곡차곡 쌓아 놓은 처마 밑의 장작들
뽀얀 속살을 다 드러낸 채 추위에 떨고 있다.
아름드리나무로 자라
으리으리한 고궁의 대들보가 되고 싶고,
모든 사람들이 탐내는 멋진 가구 되고 싶었건만
지금은 도끼에 찍히고
한줌의 재로 사라져야 할 처지
눈물짓는다.
하지만, 아기방에서
들려오는 자장가 소리에 마음을 바꾼다.
자기가 그 방을 윗목까지 따뜻하게 데우고 싶다고
온 세상을 자신의 온기로 채우겠다고…
장작은 자신의 속살에 불붙이며
뽀얀 미소를 띄운다.
(2018. 1. 10.)
소신공양*: [불교]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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