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의 행복
- 이석도 -
콩밭 매느라 흙투성이 된 호미
조심조심 금가락지의 흙 닦아내는 할머니에게
신세타령한다.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며
이처럼 뜨거운 날에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면서
언제나 귀한 대접만 받는 금붙이가 부럽다며…
반지는 되레 호미가 부럽단다.
한세상 즐기러 왔으면 일하고 땀 흘리는 것도 복인데
자신들은 태어나기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단다.
친구들 대부분은
불빛 하나 없는 장롱이나 금고 속에서 한평생
잠만 자다 간다며 부러워할 팔자
아니란다.
그 한마디에 호미는
힘차게 이랑을 헤집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2018.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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